미국 대선을 계기로 글로벌 불확실성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에 대한 각국의 전략적 대응 노력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에서 승자를 예단하기 어려운 데다 누가 이기더라도 선거 후 미국발(發)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돼 주요국들이 저마다 안정적 공급망과 경제 안보를 확립하기 위한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14일 영국이 10년간 선진 제조업·에너지·국방 등 8개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 2035’ 신산업전략 초안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미국의 리더십 교체와 글로벌 불확실성에 가장 취약한 우리나라는 산업·통상 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이 실종된 상태다. 정부가 올 초 발표한 ‘신산업정책 2.0’은 내용 면에서 허술한 것은 물론 구체적 성과도 못 내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이 전략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쏟아붓는 와중에 우리는 소극적인 수출 지원책이 고작이다. 그나마 발의된 기업 지원 법안들은 정쟁에 막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핵심 전략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국이 벼랑 끝에 몰릴 위험이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래서는 급변하는 통상 여건과 치열한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우리도 영국처럼 자국 이익 우선, 보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동원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담대한 산업·외교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미국 정치발 불확실성과 기술 주권 침해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한 다짐이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더 거세질 ‘자국 우선주의’와 글로벌 산업 경쟁, 국제 질서 재편 등 모든 통상·안보 리스크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체계적이고 과감한 산업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또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승리해도 우리 국익과 경제 안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대외 변수에도 휘둘리지 않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