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한화 지재권 공동소유 가능성은…결국엔 돈 문제

2兆 차세대발사체 기술 소유권 분쟁
우주청, 세 중재안 마련 후 검토 착수
①실무협의체 꾸려 한화 기여도 평가
②한화도 사업비 내고 지분만큼 소유
③국가가 소유하는 대신 사용권 부여
기술료·사업비 등 수천억 부담 여전

2조 원 규모의 차세대 우주발사체(로켓) 기술 소유권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립하는 가운데 양측 간 본격적인 갈등 중재가 추진된다. 지난달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서울경제신문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민간 투자를 통한 지재권 공동소유 구상도 중재안의 하나로 공식 검토된다. 이를 포함해 마련된 여러 중재안들의 공통된 쟁점은 결국 한화에어로가 지재권 획득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다. ★본지 9월 3일자 8면 참조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지난해 5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서울경제DB

1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우주청은 최근 항우연·한화에어로 간 지재권 갈등 해결을 위한 세 가지 중재안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차세대발사체 사업은 국비 2조 원을 투입해 2032년 달 착륙선을 쏘아올릴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화에어로는 발사체 제작을 총괄하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한화에어로는 사업 파트너로서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발사체 기술을 자사와 항우연이 공동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참여를 위해 자체적으로 4000억 원을 투자했다고도 주장한다. 반면 항우연은 사업비가 오직 국비로 충당되는 만큼 이를 통해 얻는 기술은 법적으로 국가 소유이며 이를 민간에게 넘기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한화에어로가 기술을 가지려면 공식적으로 산정된 기술료를 지불하고 기술이전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주청의 중재안 첫번째는 양측 실무진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린 후 어느쪽 주장이 타당한지 직접 가리는 방안이다. 협의체는 사업 수행 중 개발되는 기술의 가치와 한화에어로가 기여하는 정도 및 특수성을 평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에게 지재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거나 반대로 기술 가치에 따라 한화에어로가 내야 할 기술료를 산정한다. 다만 한화에어로는 추가 비용 지불 없이 이미 사업 파트너로서 지재권을 공동 소유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중재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두번째 중재안은 한화에어로가 체계종합기업이 아닌 ‘참여연구기관’으로서 직접 사업에 투자하고 그 성과물인 차세대발사체 지재권도 지분만큼 공동소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F-21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고 소유한 유사한 사례가 있다. 윤 청장이 지난달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우주청 개청 100일 기념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구상을 중재안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당시 “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때 매칭펀드(대응 투자) 같은 투자도 함께한다면 지재권 요구가 합당할 수 있다”며 “ADD와 KAI가 기술이전 관련 분쟁을 해결했던 사례를 연구해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역시 한화에어로가 사업비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최대 쟁점이다. 한화에어로가 사업비 총 2조 원 중 절반의 지분을 가진다면 1조 원, 그보다 적은 지분을 가져도 수천억 원을 출자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초 항우연 주장대로 기술료 수천 억원을 내고 기술을 사들이는 것보다 오히려 불리할 수 있으며 이에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게다가 차세대발사체는 상업적 이용보다는 달 착륙이라는 국가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F-21 사례와 달리 외부 판매를 통해 비용 보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한화에어로를 체계종합기업이 아닌 참여연구기관로서 사업에 참여시키려면 관련 내용을 명시한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 선행절차인 차세대발사체 사업 공고와 사업자 선정도 다시 해야 한다.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일정을 앞두고 이 같은 행정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세번째 중재안도 유사하게 사업 재공고와 재계약을 통해 지재권 소유에 대한 규정을 처음부터 명확히 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두번째 중재안과 다르게 지재권을 아예 국가소유로 정한 후 한화에어로 같은 기업에게는 사용료를 받고 일종의 사용권인 전용실시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 입장에서는 기술을 소유할 수 없고 그마저도 무상으로 빌려쓸 수도 없다는 한계가 있다.


우주청이 산하기관인 항우연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지재권 공동 소유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본격적인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앞두고 소송전 등으로 양측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윤 청장 스스로도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민간의 기술 소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우주청 관계자는 “여러 방안에 대해 아직 합의했거나 방향성을 정한 바 없다”며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고 뉴스페이스시대 민간 투자와 기술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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