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리기의 핵심 키워드, 습지·식량 시스템·금융

WWF 2024 지구생명보고서 발간
'자연의 스폰지' 습지 보호구역 늘려야
생산량 3분의 1 손실되는 식량 시스템
생물다양성 초점 맞춘 녹색채권 사례

/그린피스

지난 10일 세계자연기금(WWF)이 '지구생명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핵심은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73% 줄었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로 야생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단 이야기입니다. 보고서는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는 멸종 위험 증가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의 손실 가능성을 알리는 조기 경보"라면서, '티핑 포인트'가 가까워졌다고 우려했습니다. 티핑 포인트는 아시다시피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가리킵니다.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버리면 복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 WWF 코리아에서는 전문가님들과 함께 보고서를 소개했습니다.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서 요약해봤습니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장 "습지는 자연의 스폰지"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 감소가 가장 심한 생태계는 담수 생태계(85% 감소)였습니다. 담수생태계라고 하면 대체로 습지(+지하수)입니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장님은 인간의 개발, 무분별한 남획, 생활·농업 오폐수 때문에 습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습지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홍수가 나면 물을 머금고 가뭄에는 반대로 물을 공급하는 자연의 스폰지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숲의 2~7배.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282종 중 90종이 습지에 사는 녀석들이기도 합니다. 보호구역을 늘려서 습지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



/그린피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탄소배출 27%는 식량"

식량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게 또 문제입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가 식량 시스템(농축수산물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님은 "안타까운 건 많은 자원을 쓰고 탄소를 배출하면서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은 손실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특히 저개발국에선 냉장 유통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가공·저장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선 재고 폐기, 먹고 남기기 때문에 손실되는 경향이 강하고요.


전 세계 인구 7억명 가량이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윤 교수님은 "식량 시스템 자체가 논리적이지 못하다"면서 "더 많은 연구자금, 투자금들이 지속가능한 식량시스템 전환에 투입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조대현 AIGCC 한국담당 매니저 "생물다양성 관심 갖는 금융 늘어야"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을 기억하십니까. AIGCC에서 한국을 담당하고 계신 조대현 매니저님은 우리나라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생물다양성이 멀쩡히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녹색채권 발행 사례가 별로 없다고 하셨습니다.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친환경 운송 같은 분야에 더 투자하고 신경을 쓰고 있어서겠죠.


다행히 조 매니저님이 꽤 괜찮은 사례가 있다며 소개해주셨습니다. 한국중부발전이 동백정 해수욕장 복원공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93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사례입니다. 이 해수욕장 인근의 화력발전소 문을 닫으면서 해안선을 복원하고 동백나무를 심어서 숲도 복원했습니다. 생태계 복원은 곧 생물다양성 강화라는 의미입니다. 더 이상의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파괴를 막고 이미 파괴된 부분들을 복원하려면 이런 사례가 많이 늘어나야 할 겁니다.



/한국중부발전, 한국신용평가, AIGCC

박민혜 WWF코리아 사무총장 "호랑이, 판다 살려낸 것처럼…"

박민혜 WWF코리아 사무총장님은 생물다양성의 위기 속에서 희망적인 사례 두 가지를 전해주셨습니다. 하나는 호랑이. 우리나라 호랑이는 멸종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감소 추세였는데 1980년대 이후 WWF와 여러 국가 정부들이 힘을 합쳐서 노력한 끝에 3200여 마리(2010년)에서 5574마리(2023년)로 늘어났습니다. 박 총장님은 "호랑이는 최상위 포식자라서, 호랑이 개체수 증가는 그 아래의 생태계 먹이사슬도 회복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판다의 경우 보호구역을 늘린 덕분에, 1980년에 1114마리 정도였던 야생 판다가 2014년엔 1864마리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희망적인 소식도 있지만 갈 길이 한참 멉니다. WWF의 2024 지구생명보고서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꼭 시간을 내서 읽어보시고 주변에도 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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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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