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아 신와르가 1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IDF)과의 교전 끝에 사망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작전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군이 1년 넘게 추적해왔다. 가자 전쟁의 원흉인 신와르의 사망으로 사실상 전면전 상태에 들어섰던 중동 분쟁이 종전을 향한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DF는 17일 성명을 통해 “16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테러리스트 3명을 사살했다”며 “시신의 유전자정보(DNA)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하마스 테러 조직의 지도자 신와르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이 이룬 커다란 군사적·도덕적 업적이자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의 사악한 축에 맞선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하마스도 18일 신와르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며 “이스라엘 인질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침략이 중단되고 이스라엘군이 철수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쟁 시작 직후부터 ‘신와르 제거’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그를 추적해왔다. 그간 신와르는 이스라엘에서 붙잡은 인질들로 세운 ‘인간 방패’와 함께 지하 터널에 숨어 지낸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으며 1년 넘게 쫓았지만 신와르가 잠적한 탓에 번번이 그를 놓쳤다. 그런 신와르를 발견해 사살한 것은 뜻밖에도 10대 훈련병들이었다. 이스라엘의 교육 훈련 부대인 ‘비슬라마흐 여단’은 16일 가자 남부 지역을 정기 순찰하다가 하마스 무장 세력 3명을 발견해 교전을 벌인 끝에 모두 사살했다. 이들은 주검을 조사하던 중 시신 한 구가 신와르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해 손가락을 잘라 DNA 검사를 실시했고 사망자가 신와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마스 최고위급 지도자 중 유일하게 살아 있던 신와르가 사망하면서 1년 이상 이어진 중동 분쟁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하마스의 조직 운영과 통치 능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승리로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이미 올해 1월 하마스의 서열 3위인 살레흐 알아루리를 사살했고 7월에는 군사 최고사령관인 모하메드 데이프와 신와르에 앞서 하마스를 이끌던 전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각각 암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신와르의 사망은 가자 전쟁의 끝의 시작”이라는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고 인질들을 풀어준다면 이 전쟁은 내일이라도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극적 종식까지는 아니더라도 휴전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을 모두 석방하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즉각 철군하지 않으면 휴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휴전 협상을 고착 상태에 빠뜨려온 인물이다. 미국은 신와르의 존재 자체를 휴전의 걸림돌로 지목했을 정도다.
다만 휴전이나 종전 협상이 단기간 내에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란과 친이란 무장 세력인 ‘저항의 축’이 여전히 강경 대응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이날 이란 주유엔대표부는 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신와르를 ‘순교자’로 추대하고 “저항의 정신이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잃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적들과의 대결에서 새롭게 확전하는 단계로 전환을 발표한다”며 이스라엘군을 겨냥해 정밀유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마스 역시 신와르를 잇는 새로운 수장으로 해외 조직 책임자인 칼리드 마슈알을 추대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항복을 촉구하면서도 “모든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조기 종전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