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다이어트 주사’ 美보다 싸다고? 일년 맞으면 6백 만원[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GLP-1 유사체 ‘위고비’ 15일 국내 발매에 관심 급증
미국보다 공급가 저렴해 병의원·약국 가격경쟁 치열
비만아닌데 단순 체중감량 목적으로 처방은 금물

비대면진료 플랫폼들도 ‘위고비’ 발매에 맞춰 앱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앱에서 제휴약국의 판매가격도 공개하고 있다. 닥터나우 캡처

“기적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전 예약 오픈”


직장인들에게 월요일은 유독 힘든 날이죠. 업무를 마치고 한숨 돌리려던 찰나,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습니다. 이전에 방문한 적 있는 피부과에서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사전 예약 이벤트를 안내하는 내용이었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 등 해외 셀럽들의 체중 감량 비결로 입소문을 탄 비만 치료제가 15일 국내 출시되는 줄은 알았지만 뜨거운 관심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가가 89만 원인데 사전 예약 시 약값이 10만 원 정도 저렴하다더군요. 초기 물량이 부족해 예약금을 입금하면 입고 후 순차적으로 연락이 갈 거라는 대목에선 ‘일단 입금부터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위고비’ 제품 사진. 사진 제공=노보노디스크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유사체입니다. GLP-1은 본래 음식을 먹을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체내 혈당 및 식욕 조절에 관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GLP-1 유사체는 GLP-1 호르몬을 흉내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위의 음식물 배출속도를 더디게 하고 간 내 포도당 합성을 감소시키며 뇌에 신호를 보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부가 효과도 나타내죠.


노보노디스크는 당초 GLP-1 유사체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다가 체중감량 효과가 더욱 주목을 받자 주성분의 용법, 용량만 다른 ‘삭센다’를 비만치료제로 선보였습니다. 위고비의 전신 격인 삭센다는 2018년 국내 발매 이후 일명 ‘강남주사’로 불리며 비만치료제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삭센다는 약물이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로 복부, 허벅지 등 지방조직에 하루 한 번 놓는 약입니다. 반면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됩니다. 위고비의 반감기는 165시간으로 기존 삭센다의 13시간보다 13배 가까이 늘었거든요. 기존에 잘 팔리던 약보다 체중 감량 효과는 2배 가량 높고 주사를 찌르는 데 대한 부담은 크게 줄었으니 위고비의 흥행은 어느정도 예견돼 있었습니다.



한창 살이 오른 모습을 보였던 일론 머스크(왼쪽)는 한달새 체중을 14kg 감량하고 날렵해진 모습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나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엑스 캡처

뭐니뭐니해도 위고비 돌풍의 일등 공신은 머스크입니다. 머스크는 2022년 당시 한달만에 체중을 14kg 감량하고 날렵해진 모습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났는데요. 엑스(전 트위터) 사용자가 체중감량의 비결을 묻자 “단식, 그리고 위고비(Fasting And Wegovy)”라고 답해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머스크가 누굽니까, 단순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이잖아요. 현재 미국에서는 위고비의 한 달 접종 가격이 1350달러(약 180만 원) 수준입니다. 개발사가 진행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위고비 고용량 제품을 68주간 투여했을 때 피험자들은 평균 14.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GLP-1 유사체의 작용기전 기억나시죠? 약 투여를 중단하면 포만감과 식욕조절에 관여하지 못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깁니다. 실제 해외에서는 위고비를 투약했던 환자 중 3분의 2 정도가 약을 끊은 후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고 해요.



GLP-1 유사체 ‘위고비’의 체내 작용 기전. 사진 제공=국제학술지 약학연구(Pharmaceutical Research)

위고비의 국내 공급가는 한달치 기준 37만 2025원으로 미국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제약사의 출고가에 유통사 마진·세금·진료비 등이 합쳐지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부르는 게 값이죠. 높은 관심만큼 일선 병의원과 약국을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치열해 발품을 팔면 50만 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더라고요. 일년간 처방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최저가 기준으로도 어림잡아 600만 원이 드니 부담이 결코 적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 30kg/m² 이상이거나 BMI 27kg/m²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환자로 제한돼 있습니다. 비만이 아닌 사람이 조금 더 날씬해지려고 쓰는 약이 아니라는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 망막병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다이어트의 정석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살이 빠진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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