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의 잔해를 공개하면서 이 무인기 기종이 한국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됐던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고 “한국 군부 깡패들의 중대 주권 침해 도발 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국방성과 국가보위성 등 전문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 무인기가 “한국군부의 드론작전사령부에 장비돼 있는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으로서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돼 공개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거된 무인기의 축전지 방전상태와 연유잔량으로 보아 최소 5∼7일 어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며 무인기의 외형이나 비행추정시기, 삐라살포통이 부착돼 있던 점 등으로 볼 때 평양에 대한 삐라 살포에 이용된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그에 대한 결론은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이 이 무인기가 삐라 살포에 이용된 게 아니라고 부정한다면 “영공을 무단침범한 별개사건의 증거물”이라며 “적대국 군사깡패들의 연속도발사례로서 보다 엄중시 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공화국 영토·영공·영해에 대한 대한민국의 군사적 수단의 침범 행위가 또다시 발견·확정되면 공화국 주권에 대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면서 “즉시적인 보복 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13일 사회안전성 평양시안전국이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지역에서 추락한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고, 국방성·국가보위성 등이 잔해를 기술 감정·조사에 착수했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평양에서 한국군 드론과 같은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에 군 당국은 이번에도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이날 발표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11일 한국이 이달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군 당국은 민감한 국면일수록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전략적 모호성 차원에서 줄곧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에 나온 언론 속보에 관련 질의를 받자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이후 긴급회의를 거친 뒤 국감장에 다시 나온 김 장관은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이러한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며 북한 자작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부의 이 같은 판단 배경은 북한의 허위 주장 가능성, 북한 내 반(反) 정권 세력 가능성, 실제 민간 단체의 무인기가 북으로 갔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놓는 것으로 ‘전략성 모호성’ 태도가 안보 차원에서 더욱 유리하고 판단해 이 같은 입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혼선을 초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최근 내부적으로 안보상황점검위 회의 이후 민감한 국면일수록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기조의 밝히며 “(군 당국이)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인기는 실제로 우리 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외형이 유사하다. 군은 2020년 신속시범획득 사업 20-1차’ 사업을 통해 군이 100여 대를 ‘원거리 정찰용 소형 무인기’를 도입한 바 있다. 이 무인기는 평양을 방문한 뒤 복귀할 수 있는 비행 능력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26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공개됐다. 군은 2020년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이 무인기를 도입했다. 국내 한 업체가 만든 무인기를 기반으로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이 무인기는 발사대(Catapult)에서 쏘는 방식으로 이륙해 사전 입력된 경로에 따라 자동 비행한 뒤 낙하산을 펴 착륙하는 방식이다.
적 도발 대응 정찰 임무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정찰기와 달리 적 영공에 근접해 사진을 찍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일본제 상용 카메라가 기수에 장착돼 있다. 다만 실시간 영상 송출이 불가능해 다른 고성능 정찰기에 견줘 정찰 성능 자체는 떨어져 전술적 가치는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속도가 시속 150㎞로, 최대 비행시간은 4시간 이상이라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평양까지 왕복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파주에서 평양까지 공중 직선거리는 150㎞에 이른다. .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은 드론작전사령부에서 운용하는 사령부급 무인기다.
반면 전략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뺀 한국군 무인기는 대부분 대대·사단·군단급에서 운용해 전방 수십 ㎞ 가량의 전술 표적 정보를 획득하는 용도로만 쓰인다.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평양 전단살포’에 동원됐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체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북한은 추락한 무인기에 삐라살포통이 부착돼 있었다고 했지만, 공개된 사진에는 삐라살포통이 전혀 없다. 게다가 이 무인기에 무거운 삐라살포통을 달고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무인기를 복제해 자작극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등지로부터 국내 드론 제작업체의 장비나 엔진을 입수해 그대로 복제 생산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공개된 증거로는 북한의 자작극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우리 군이 정찰용으로 이 무인기를 평양에 띄웠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락 무인기의 발견 지점이 산음동 미사일 개발기지 인근이란 점에서 정찰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개된 무인기는 일반적인 고정익 드론의 삼각형(delta) 날개가 아닌 후퇴익(Swept wing)에 날개 끝에 두 개의 수직 꼬리날개가 있는 형상이라 모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이 해당 드론을 입수해 북한으로 들여온 것이 아니라면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국내 드론 제작업체가 군에 납품한 드론사령부 운용 무인기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