㉞증여 추정및 자금출처조사
가족끼리 주택을 사고 팔 때는 증여세 문제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상속·증여세법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게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로 보지 않고 증여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가를 지불하고 매입한 사실이 명백하게 입증하지 않으면 뜻하지 않은 증여세 폭탄에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앞서 ㉝회 증여세 중편(저가 양도)에서는 아버지 소유 10억 원 아파트를 아들이 7억 원에 매입해도 그 차액 3억 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증여 추정 배제)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가족 간 주택 거래로 인한 세금 이슈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취득 자금의 적정성이 불투명하면 세무 당국으로부터 자금 출처를 소명하라는 안내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국세청은 소명의 부인, 다시 말해 증여로 간주하고 과세 예정 통지서를 보냅니다.
국세청은 탈세 제보를 받거나 부동산거래신고서를 분석한 국토교통부의 통보 등을 토대로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하지만 주로 자체 전산 분석을 통해 탈루 의심자를 추출합니다. 바로 PCI(Property Consumption Income)분석 시스템입니다. 국세청이 2009년 구축한 이 시스템은 개인의 자산과 소비, 신고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소득 탈루 혐의자를 자동으로 추출하는데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합니다. 전직 국세청 간부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세청은 과거 고가 아파트에 전세를 든 세입자를 상대로 기획 세무조사를 실시한 적도 있습니다. 주택의 무상 임대는 증여세 과세 대상입니다.
자금 출처의 소명은 위의 그림에서 보듯 소득원과 재산 처분 사실이 분명해야 합니다. 국세청 상속증여통칙에 따르면 가족끼리 금전거래는 원칙적으로 자금 출처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분명하게 입증하는 경우는 다르지만 가족 간 채무는 일단 증여로 의심 받는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부자 간 주택 거래 때 차용증 하나 달랑 썼다고 해서 자금 출처를 인정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 것이죠. 또 차용증에 공증을 받아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증은 어디까지나 뒤늦게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만 인정받을 수 있을 뿐, 차용증 내용의 이행을 확인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자력 취득과 증여를 가르는 기준은 불확실하고 모호하지만, 국세청이 2023년 3월 발간한 ‘상속·증여 세금 상식’은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핵심을 옮기자면 ‘가족 간 차용증은 제3자 간 주고받는 통상적인 차용증과 같은 형식을 갖추고 실제 자녀가 차용증 내용대로 이자를 지급해야 증여가 아닌 차입금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국세청은 ‘차용증 작성 내역을 매년 관리해 이자 지급 및 원금 상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차용증을 썼다면 빚 갚을 때까지 해마다 약식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라기 보다는 모니터링 또는 점검”이라고 설명하지만 관할 세무서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참고로 상속·증여세법 상 ‘적정’ 이자율은 법인세법의 당좌대출이자인 4.6%를 준용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 법정이자율은 아닙니다. 무이자 대출이라고 해서 무조건 증여로 보는 것은 아닌 것이죠. 게다가 '금전 무상 대출에 따른 이익 계산법(상증법 시행령 31조의 4)에 따르면 연간 이자가 1000만 원 미만이면 이를 증여재산가액으로 보지 않습니다. 연 4.6% 금리를 역산하면 원금이 2억 원 조금 넘는 수준인데요, 바꿔 말하면 그 정도를 가족끼리 무이자로 빌려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세무 당국이 자금 출처를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가 주택에 적용되는 자금 출처의 증여 배제 규정입니다. 아래 표는 국세청의 상속·증여세법 사무처리규정 41조(자금출처조사 대상자 선정)에 제시된 증여 추정 배제 기준입니다.
만 40세 이상이라면 시가 3억 원 이하의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 자금에 대해 묻지도 따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규정은 국세청이 자금출처를 묻지 않겠다는 의미이지, 증여 사실이 확인되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데 유념해야 합니다.
자금 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미소명분 전액에 대해 증여세를 매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속·증여세법 시행령(34조)에 따르면 주택을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2억 원과 취득가액의 20% 가운데 적은 금액에 미달하면’ 자력 취득으로 인정합니다. 다시 말해 2억 원 한도 내에서 취득가의 20%까지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령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파트를 10억 원에 매각했다고 칩니다. 이때 아들이 취득 자금 10억 원 가운데 8억 원의 출처만 입증하면 증여세 부담이 없는 것입니다.
주의가 필요한 건 ‘2억 원 한도·20%’ 기준은 공제 금액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 사례에서 7억 원만 입증했다면 증여 배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3억 원이 증여재산가액이 됩니다. 3억 원에서 2억 원을 뺀 1억 원에 대해 세금을 매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회 증여를 통한 변칙 절세를 차단하는 장치도 있습니다. 가족에게 주택을 곧바로 양도하지 않고 제3자를 끼워서 양도하는 경우도 증여 추정 원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주택의 양도자가 친인척 같은 특수관계인에게 양도한 뒤 3년 이내에 최초 양도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게 팔면 증여로 간주합니다. 이때 만약 두 번의 양도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가 증여세보다 많으면 증여로 추정하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세법은 최대한 납세자가 불리한 방향, 다시 말해 세금을 더 내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또 하나 넘어야 할 관문 있습니다. 증여 주택을 10년 이내에 매각하는 경우에는 수증자가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앞서 ④회 ‘양도세 이월과세’ 편에서 소개했는데요, 남편 A→배우자 B 증여→제3자 C 매각을 인정하지 않고 남편 A가 제3자에게 직접 매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 부담 일체를 배우자 B에게 지우는 제도입니다. 주택 명의 이전이 두 단계를 거치면 과세표준이 낮아지는데요, 이런 식으로 세 부담을 줄이려는 변칙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월과세는 가족끼리 증여 후 매각 때 적용되지만, 그 외 특수관계인(친인척)의 경우 ‘부당계산행위 부인’이라고 해서 명칭은 다르지만 유사한 과세 제도가 적용됩니다. 다음 ㉟회에서는 주택을 증여할 때 전세 보증금 같은 부채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 증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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