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세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소위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고령층(만 65세)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55년생은 이미 2020년에 만 65세를 넘겼고 내년부터는 90만 명에 가까운 1960생이 만 65세가 됩니다. 이들의 인구는 지난달 기준 701만 2000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3.7%에 달합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서 노인의 성격도 함께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청년기에 민주화를 중년기에 선진국화를 주도했습니다. 식민지에서 태어나 전쟁을 겪은 기성 노인 세대에 비해 더 배웠고 더 벌었고 더 현대적입니다. 이런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노인이 되면서 노인 전체의 특징이 바뀌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이같은 변화가 확연하게 두드러집니다. 정부는 3년에 한 번 노인세대 전반의 경제·사회·문화적 특징을 면밀히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1955년생만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2020년 조사와 달리 이번에는 1955년생~1958년생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들 인구만 356만 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1011만 명)의 35.2%에 달합니다.
우선 노인 세대의 경제력이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2023년 노인의 연간 개인 소득은 2164만 원으로 2008년(701만 원)의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20년 조사(1558만 원)와 비교해도 3년 만에 38.9% 급증했습니다.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해도 2008년 1688만 원에서 2023년 3469만 원으로 2배 이상 뛰었습니다.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제도가 개선된 덕도 있겠지만 새로 진입한 노인세대의 경제력이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신노년층이라고 부를 수 있는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소득이 기성 노인 세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만 65세~만69세 인구의 연간 개인소득은 3071만 원으로 바로 윗 세대인 만70세~만74세(2026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높았습니다.
자산 수준도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노인층의 평균 금융자산은 4912만 원으로 2020년(3213만 원)에 비해 5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자산 규모는 2억 6183만 원에서 3억 1817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부동산 자산은 자가를 비롯한 소유 부동산에 전세금까지 포함한 개념입니다.
신노년층의 등장과 함께 노년층의 경제력도 과거에 비해 독립성이 강해졌습니다. 2008년 노인 세대는 수입의 46.5%를 ‘사적이전소득’에 의존했습니다. 자식 세대의 봉양에 기댔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의 근로·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사적이전소득의 비율은 9.2%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반면 근로·사업소득의 합은 49.3%까지 확대됐습니다. 젊은 시절 축적한 자산에서 창출되는 재산소득(7.9%)까지 더하면 전체 소득의 57.2%를 노인 세대 스스로 확보하는 셈입니다.
노인층은 경제활동에도 왕성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만65세 이상 인구의 39%는 현재 일하고 있습니다. 일 하는 노인 중 31.3%는 월 평균 소득이 25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노인이 되면 으레 일을 그만뒀던 과거와 달리 몸과 마음이 건강하니 꾸준히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이 늘어난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노인들의 평균 학력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2008년 조사에서는 전체 노인 세 명 중 한 명이 공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조사에서는 무학력자 비중이 12.3%까지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노인 비중은 17.2%에서 38.2%로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1차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이 중고등학교는 졸업한데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년~1974년생)의 경우 대학진학률도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까막눈 노인’은 찾아보기 힘들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노인 세대의 경제력과 학력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상속이나 장례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모아둔 자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고 답한 비중은 2008년 9.2%에서 2023년 24.2%로 크게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장남에게 상속하겠다’는 비중은 21.3%에서 6.5%로 줄었습니다.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상속하겠다는 답변도 3.8%에서 8.8%로 상승했습니다. 상속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개인을 위해 재산을 활용하겠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회활동 참여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2008년에는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로당’을 선택한 노인의 비율이 46.9%였지만 2023년에는 26.5%로 감소했습니다. 친목단체·동호회·봉사단체에서 활동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각각 54.2%·6.6%·2.5%로 집계됐습니다. 스마트폰 보유율도 2020년 56.4%에서 2023년 76.6%로 높아지는 등 정보기술(IT)과도 이전보다 가까워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