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와 숙식 제공 등을 미끼로 20대 여성들을 꾀어 성매매를 강요하고 수억원을 가로챈 20대 여성과 내연남들이 혐의를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종길)는 지난 16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강요 등)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A씨(27)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은 A씨를 포함해 그의 남편 B씨, 내연남 C씨와 D씨다. 이들은 모두 20대로 한 집에서 같이 거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에 대해 B씨를 제외한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 B씨는 차회 기일에 의견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했다.
이들은 2022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20대 여성 피해자 2명을 약 2년 동안 1000회 이상 성매매를 강요하고 1억원 상당의 성매매 대가를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범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 감시, 회유 등을 통해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년 7개월간 두 여성은 각각 750회씩 총 1500회에 달하는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 대금으로는 회당 10만~20만원을 받았고, 하루 30만~50만원 규모의 일당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을 당했다. 성매매 금액은 A씨의 계좌로 입금됐고, A씨와 남편은 이 돈을 생활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형편이 어려워 식당 일을 하던 중 A씨와 알게 된 사이였다. A씨는 피해자 중 1명의 어린 딸을 볼모로 삼아 꾀어낸 뒤 함께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말로 다른 피해자를 유인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여성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용 숟가락을 얼굴에 던지고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폭행하거나 머리카락을 1mm만 남기고 모두 자르는 등 가혹 행위를 지속했다.
피해 여성 중 1명의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도박 빚을 갚으라”는 허위사실로 협박해 8000만원을, 복막염 치료비 등으로 1600만원을 뜯어냈다. 심지어 두 여성에게 각각 C씨, D씨와 혼인신고를 하게 해 신혼부부 전세 자금 대출로 1억원을 받아냈다.
A씨 일당의 지속된 성매매 강요에 지친 피해자는 도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휴대전화에 설치된 위치추적 장치를 보고 쫓아가 다시 끌고 왔으며 그 과정에서도 폭력을 또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행은 이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경찰관 덕분에 발각됐다. 대구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송오경 강력팀장은 아파트 내에서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오고 가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수상하게 여겼다. 그리고는 탐문을 시작한 뒤 협박을 당했던 가족들까지 찾아내 범행을 밝혀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내연남들의 변호인 측은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공소는 과한 점이 있지 않나 싶으니 이 부분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현재 피해자 변호인 측은 엄벌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