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달 공개한 ‘KRX 코리아 밸류업지수’가 코스피 등 기존 지수와 지나치게 흡사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현 밸류업지수가 차별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보고 저평가 고배당 기업들을 더 포함하는 쪽으로 서둘러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거래소가 밸류업지수를 도입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해당 지수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0.96으로 집계됐다. 상관계수는 두 지수 사이 관계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값으로 -1~1 사이의 숫자로 표시한다.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정방향으로 상관관계가 높고 -1에 가까울수록 역방향으로 상관관계가 높음을 뜻한다. 상관계수가 0에 근접한다면 두 지수 간의 관련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와 이 상품의 기초자산 간 상관계수 기준은 0.9다. 밸류업지수는 사실상 코스피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보다 이 지수와 더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셈이다. 밸류업지수는 같은 기간 코스피100, 코스피200지수와의 상관계수도 0.98, 0.97에 달했다. 반대로 밸류업지수와 코스닥150지수와의 상관관계는 0.06으로 사실상 별개의 움직임을 보였다.
밸류업지수가 그 이전부터 있었다고 가정하고 구성 종목의 과거 데이터 값으로 계산한 결과도 큰 차이는 없었다. 18일 기준 최근 6개월 간 밸류업지수와 코스피100, 코스피200지수와의 상관계수는 모두 0.94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뚜렷한 차별화 지점 없이 각 산업 대표 대형주를 지수에 편입했기에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공교롭게도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지수 내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주들이 급등락하면서 코스피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지수가 당초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 제고 의지가 있는 상장사들을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쪽으로 구성 종목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의 밸류업지수는 기관투자가 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시장 대표성만 너무 의식해 구성한 경향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기업들을 적극 편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