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러 파병 가속화…초당적 국력 결집으로 안보 리스크 극복해야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만 2000명에 달하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서두르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에 군복·군화 등을 지급하기 위해 한글로 신체 치수를 묻는 러시아 당국의 설문지와 군수품 지급 현장 동영상이 19일 공개됐다. 북한은 이미 특수부대 1500명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에 포탄·무기를 공급하는 대신 핵·미사일 첨단기술 등을 얻으려 한 북한이 직접 참전까지 하는 군사적 도박에 나선 것이다. 북한군이 전장에 배치되면 유럽의 안보 리스크를 한반도로 전이시킬 우려가 있다.


북한의 파병은 올해 6월 북러 간에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비준을 넘어 ‘자동 군사 개입’ 등의 실효성을 높여 군사적 혈맹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북한은 또 러시아로부터 경제·군사 지원을 받고, 유사시 대남 무력 침공에 나설 수 있도록 실전 경험을 쌓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를 뒷배로 삼아 북한 핵·미사일의 위력을 과시하고 한국을 위협하면서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북핵 동결’을 대가로 미국 측에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려는 속셈도 깔려 있다. 북한이 최근 ‘한국의 평양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면서 남측을 겨냥한 위협을 노골화하는 것은 북러 밀착에 기댄 도발 시도다.


북한은 미국 대선 전후에 한반도 긴장을 더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안보 불안은 기업의 투자 위축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은 김정은 정권의 어떠한 도발도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완벽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을 기반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유럽국들과도 공조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북러 간 ‘악마의 거래’를 무력화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는 안보 리스크와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국력을 결집하고 자주 국방력 확충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20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므로 더불어민주당도 대북 결의안 채택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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