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자본주의 심장부에 기회의 판 깔았다

5박7일 美 동부 출장 동행취재기…도내 스타트업 이끌고 뉴욕행
버지니아·뉴욕주지사와 연쇄 회동…외교영토 확장·심화
메이저리그, NBA 등 대화테이블…원어민 수준 영어실력 친밀도↑
"대한민국 경제 운영 틀 바꿔야…2조1000억 규모 투자유치도

김동연 도지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_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증시상황을 설명듣고 있다. 사진 제공 = 경기도

지난 15일(한국시간) 시작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미국 동부 출장이 21일 5박7일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경기도내 스타트업과 글로벌 진출과 투자유치 등을 목표로 내건 이번 출장은 미국 자본주의 심장부인 워싱턴DC, 버지니아주 알링턴, 뉴욕주 뉴욕시가 주무대였다. 서울경제가 김 지사를 동행취재하면서 확인된 성과를 되짚어 본다.


◇경기도-미주개발은행-중남미 경제협력 트라이앵글 구상


경기도 국정감사가 끝난 뒤 비행기로 13시간을 날아가 시작한 첫 번째 공식일정은 16일 워싱턴DC의 미주개발은행(IDB) 본사에서 김 지사가 일랑 고우드파잉 IDB총재와 면담하면서 시작됐다. 경제부총리와 세계은행(IBRD) 선임정책관 근무 시절 IDB와 인연을 맺은 김 지사가 1959년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경제·사회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이 조직의 방대한 네트워킹을 활용한 경기도와 IDP, 그리고 중남미를 잇는 경제협력 트라이앵글을 구상을 내놓자 고우드파잉 총재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한·중남미 비즈서밋에 다녀온 인연을 알리며 적극 호응했다. 두 사람은 즉석에서 실무대화 채널을 지정했다. 김 지사는 이튿날 미국 공화당의 미래 권력으로 지목 받는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를 알링턴에서 만나 스타트업을 주된 연결고리로 삼아 양 지역 간 협력관계 재구축에 뜻을 같이 했다. 김 지사가 영킨 주지사 재임 기간 동안 스타트업이 1만 개나 늘어난 것을 거론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 지역간 교류확대를 제안하자 영킨 주지사는 “믿을 수 있는 동맹”이라며 반색했다. 경기도와 미국 버지니아주는 지난 1997년 자매결연관계를 맺었지만 그동안 제한적인 교류에 머문 상태였다.



◇뉴욕서 기후대응-스타트업 ‘맞손’


김 지사는 3시간30분 동안 기차를 타고 뉴욕시로 이동, 18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를 만났다. 호컬 주지사는 민주당에서는 여성 최초 뉴욕 주지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강력한 추진력으로 당내에서는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못지않은 유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경기도와 뉴욕주는 지난 2020년 교류협력을 추진하다 코로나19 발생으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김 지사는 호컬 주지사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기후 리더십 및 지역사회 보호법(CLCPA·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지역과 계층에 청정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 지사는 동시에 자신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경기RE100’을 소개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양 지역 공조를 호컬 주지사로부터 약속받았다. 두 사람은 특히 뉴욕주에서 양 지역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김 지사는 공화당 소속 정치인을 만날 때는 붉은색 계통 넥타이를 착용했다가 민주당 소속 정치인과 마주할 때는 푸른색 계통 넥타이를 매는 등 각 당의 상징색을 고려한 코디도 선보였다. 또한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코앞으로 다가온 NBA개막, 각 종목의 레전드 등을 매번 테이블에 올려 대화의 물꼬를 텄다. 미국 유학시절 틈틈이 다져 놓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친밀도를 높였다.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영어실력도 이에 한 몫했다.



◇인연은 인연을, 약속은 결실로


김 지사 미국 출장의 메인행사라고 할 수 있는 ‘NYC 스타트업 서밋’은 인연과 약속에서 비롯됐다. UKF(United Korean Founders·한인창업자연합)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19일 뉴욕 한복판에서 주최한 NYC 스타트업 서밋에는 김 지사가 이끌고 온 도내 22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제품들을 현지 투자자들에게 세일즈했다. UKF는 뉴욕 헬스케어 분야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창업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눔(NOOM) 정세주 대표와 서부 실리콘벨리 벤처투자사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가 의기투합해 미주지역 내 한인 기업가들의 창업생태계 조성을 명분으로 만든 비영리단체다. 1500여 명의 한인 창업자들이 함께하는 미주 지역 최대 규모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 NYC 스타트업 서밋은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김 지사와 인연을 맺은 정세주 대표가 김 지사를 뉴욕으로 개회사를 부탁하며 초청하고, UKF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약을 18일 뉴욕 현지에서 맺기로 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커졌다. 미국 전역의 400여명의 스타트업, 투자사 관계자들이 몰릴 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김 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스타트업과 혁신가들의 고향이자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를 품은 국내 산업경제의 중심"이라며 "경제부총리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늘 약속한 '스타트업 천국'을 만들기 위해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도내는 물론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활발한 판교가 있는 성남시가 반세기 전까지만해도 강제 이주당한 이들이 살던 천막촌이었고, 자신이 그곳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음을 알리고 "당시 천막에 살던 소년이 도지사가 됐다. 50년도 아닌 10년 후면 오늘 이 자리가 담대한 혁신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며 젊은 창업가들을 응원했다. 김 지사는 같은 날 물류부동산 개발·운영회사인 ESR켄달스퀘어(외국인투자기업)와 미국 유엘 솔루션즈로부터 총 2조 1000억 원의 투자유치를 확정 지었다. ESR켄달스퀘어는 지난해 4월, 유엘 솔루션즈는 지난 5월 투자의사를 밝힌 이래 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다 이날 투자내용을 공식화했다.



◇"대한민국 미래 스타트업에…국가 경제 운영 틀 바꿔야"


김 지사는 공식 일정을 마친 뒤 20일 동행취재 기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여러 일정을 잘 소화해 기쁘지만 제일 첫 번째 성과는 스타트업 관련 일이다. NYC 스타트업 서밋에 도내 22개 업체와 같이 와서 IR 피칭(투자유치 설명회)을 했는데 젊은 창업주들이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로 평들이 좋았다”며 “이들 업체뿐 아니라 경기도의 모든 스타트업에 좋을 기회를 줬으면 한다. 도내 스타트업이 1만2000개 이상 되고 대한민국 전체 스타트업의 30%가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를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클러스터링(공간), 네트워킹(연결),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등 세가지 전략을 세웠다”며 “이 가운데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스타트업을 위한 '무대의 확장'으로 경기도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내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 현지화, 투자유치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앞으로 경제 미래는 스타트업들 또 중소기업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경제 운영의 틀을 바꿔야 하는데 스타트업들이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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