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맞은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이재용·홍라희 기념식 참석

2021년 3000억 원 의료 기부
1.3만 명 수혜…3892명 치료 혜택
203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 예정
희귀질환 기부 필요성도 환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행사 참석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어린이 사랑'과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이 4년 차를 맞았다.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은 21일 오후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참석했다.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은 본행사에 앞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장(서울대 어린이병원장),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등 주요 참석자들과 함께 어린이병원 1층에 있는 이 선대회장의 부조상을 관람했다. 부조상은 서울대병원이 기부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뜻을 담아 2022년 10월 어린이병원 1층 고액기부자의 벽에 설치한 것으로, 아래에는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고인의 유지가 적혀 있다.


앞서 이 회장과 홍 전 관장 등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4월 쉽게 치료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큰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치료와 이들을 위한 선진 의료지원 체계 구축에 써 달라며 3000억 원을 기부했다.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이 선대회장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같은 해 5월 2021년 5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고 전국 병원·의료진이 참여하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이 공식 출범했고 2022년 3월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사업은 △소아암 △희귀질환 △공동연구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203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소아암 사업부는 많은 비용이 드는 암 진단·치료 중심으로 환아를 지원하고 있다. 희귀질환 사업부는 희귀질환 조기 진단과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유전체 이상으로 발병하는 선천성 질환이라는 특성상 국내외 환자 사례가 드물어 많은 환아와 가족들이 병명도 모른 채 길게는 진단에만 10년 넘게 걸리는 '진단 방랑'을 겪는다. 공동연구 사업부는 전국 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환아들의 임상자료를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전국 단위 환아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옥 전남대 어린이병원장은 "희귀질환의 유전자 진단은 의료기관들이 서로 네트워크가 돼야 하는데 지방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기부를 통해서 검사를 할 수 있게 됐고, 효율적으로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9월 기준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 수는 202곳이며 연구·의료진은 1504명이다. 수혜자 수는 지난 6월까지 진단 9521명, 치료 3892명 등 총 1만 3413명에 이른다.


삼성의 3000억 원 의료 기부는 소아암·희귀질환 환아를 위한 기부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이 선대회장 유족의 의료기부 이후 유명 인사와 기업들의 기부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감염병 진단키트 기업 코젠바이오텍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누적 2억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 가수 이승기 씨도 각각 10억 원과 20억 원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주희영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유족의 의료기부를 계기로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라든가, 후원이 더 많이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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