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가치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개정안에 포함된 이사충실의무 확대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기반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고용을 줄여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은 시총과 자산이 10억 달러(약 13조 원)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는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하락했다. 캠페인 성공 시 3년 이내에 기업가치는 1.4%포인트 개선됐지만 캠페인 4년 이후에는 다시 2.4%포인트 악화됐다. 이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긴 호흡에서는 기업 고용과 투자 기반을 약화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 2년간 고용은 평균 3.0%, 자본적 지출은 평균 10.7% 감소했다. 장기적으로는 고용은 5.6%, 자본적 지출은 8.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이 같은 결과를 들어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 등 지배구조 규제안으로 인해 행동주의 캠페인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만큼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규제 등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이 구축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