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이 두산밥캣(241560)을 두산로보틱스(454910)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 재편안을 재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올 8월 말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합병하는 안을 철회한 지 53일 만이다. 논란이 됐던 주식 교환 비율은 소폭 상향 조정했다. 정정 공시를 요구하며 비율 조정을 압박했던 금융감독원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1%) 보유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주식 교환 비율은 두산에너빌리티 1대 두산로보틱스 0.0315에서 0.0433으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가 있으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15주로 전환됐지만 새로운 안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4.33주를 받을 수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 합병 비율을 변경했다”며 “단순 환산하면 기존안보다 39만 원(100주 기준) 증가한 수준”이라고 했다.
두산은 7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완전히 떼어낸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사업 개편안을 발표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에 달하는 ‘캐시카우’인 밥캣 주식 1주를 영업이익 200억 원대에 불과한 두산로보틱스 주식 0.6주로 바꿔주는 주식 교환 비율이 논란을 불렀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이어 금감원이 나서 두 차례 공시 변경을 요구하며 압박하자 두산은 결국 49일 만에 합병안을 철회했다.
두산은 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법인을 떼어낸 뒤 이를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안까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제 원전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설 투자가 급선무라는 이유에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5년간 원전 10기 수주를 목표로 1조 2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시설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겨 회사 차입금 7000억 원을 줄이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환 비율을 조정한 두산의 조치를 주주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다. 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6000억 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 원이다. 한도를 넘는 청구권 요구가 들어올 경우 합병을 다시 취소하거나 합병 비율을 재차 변경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제시한 청구권 가격은 각각 2만 890원, 8만 472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이날 종가가 각각 2만 650원, 7만 1600원이다. 주가가 청구권 가격보다 높아야 권한 행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2대 주주(6.85%)인 국민연금의 움직임 역시 관심이다. 국민연금 보유 지분은 청구권 한도(6000억 원)를 넘는다. 여기에 금감원이 두산이 변경한 합병 비율을 인정할지도 주목된다. 두산은 12월 12일 주주총회를 열고 관련 개편안을 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