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대 부담 완화하려면…“자동조정장치 빠른 발동이 타당”

2차 연금개혁 당시 보험료율 인상 못해
가입자 감소·기대여명 수급액에 반영해야

성주호(왼쪽 다섯번째) 경희대학교 교수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부연금개혁안 평가와 다층노후소득’ 세미나에서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주재현 기자

세대 간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금액 조정을 통해 재정균형을 달성하는 자동조정장치가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앞 세대가 상당 기간 부담해 온 보험료율인 9%는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수지균형보험료율(19.7%)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수급액을 조정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부연금개혁안 평가와 다층노후소득보장’ 세미나에서 “후세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금액을 조정할 것이라면 빨리 발동해서 빨리 종료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연금학회와 국민연금연구원, 보험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성 연구위원은 “2007년 2차 연금개혁 당시 보험료율을 9%에서 12.9%로 인상하려 했으나 결국 소득대체율만 삭감하는 결론이 났다”며 “그 때부터 지금까지 상승시키지 못한 보험료율(4%포인트) 누적분에 대한 부담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보험료 인상 시점을 놓쳤으니 앞선 세대가 어느정도 연금 수익 감소를 감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성 연구위원은 정부가 제안한 자동조정장치에 사용되는 거시변수들도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가입자 감수율과 기대여명 증가율에 연동해 연금 수급액을 깎는 ‘일본식 거시경제슬라이드’ 방식의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성 연구위원은 “25년 뒤에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가입자보다 많아진다”며 “현 세대의 보험료로 수급자의 연금을 지급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가입자 감소율을 고려해 연금액을 조절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기대여명이 늘어나면 예상보다 연금 지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늘어나는 수명에 맞춰 연금액을 조절해야 안정적인 수급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핀란드는 수급자가 장래에 받게 될 연금 총액에 기대여명 증가를 반영해 월 수급액은 줄이더라도 총 수급액은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선진국들은 수지균형 상태에 도달한 뒤 발동해 변화 폭이 적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수지불균형이 심해 급여 하락 폭이 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율을 올리고 가입자들의 평균가입기간을 늘려 제도를 성숙시킨 뒤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성 연구위원은 “(과도한 연금 급여 하락을 막기 위해) 소득대체율의 하한을 적용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면서도 “자동조정장치에 동의할 수 없다면 재정 안정 달성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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