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실시될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의 ‘단독 과반 의석(465석 중 233석)’ 확보가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자민·공명 연합의 과반 확보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의원 과반수는 총리 지명과 내각 구성, 법안 가결 등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데 필요한 마지노선이라는 점에서 과반 확보 실패 시 정책 추진 동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19~20일 전국 36만 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와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의 의석수가 현재의 247석에서 50석가량 줄어 단독 과반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21일 밝혔다. 자민당은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 의석(294석)을 확보한 뒤 2014년(291석), 2017년(284석), 2021년(261석) 등 중의원 선거에서 줄곧 단독 과반을 유지했다. 자민당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도 현재의 32석에서 30석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연립여당의 의석수 합계가 과반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현재 98석에서 의석수를 크게 늘려 최대 140석까지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새 내각이 출범하면서 ‘쇄신’ 이미지를 선거판으로 가져가려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전략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이달 1일 취임한 뒤 역대 최단 기간인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이달 27일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을 선거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에서다. 그러나 일본 국민 상당수가 고물가에 시달리면서 이시바 총리가 내놓은 경제정책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설, 금리 인상,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 등을 둘러싼 말 바꾸기 논란까지 거듭되면서 외려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이번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33%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39%)을 밑돌았다. 내각 출범 직후인 이달 1~2일 실시했던 직전 조사에서는 ‘지지한다’가 46%, ‘지지하지 않는다’가 30%였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지지와 비지지 간 수치 역전이 나타난 셈이다. 교도통신이 19~20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지지한다’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41.4%, 40.4%로 차이가 1%포인트에 불과했다. 바람직한 선거 결과로 ‘여야 세력이 균등하게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응답이 49.7%로 가장 많았고 ‘여당이 야당을 웃돌아야 한다’는 응답은 24.8%에 그쳤다. 이번 총선은 이시바 총리가 취임 후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지지율 하락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