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21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은닉 의혹에 대해 “수사팀에서 관련 법리 등 여러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은 검찰 진술서, 국세청 확인 자료 등 서류로 증거로 나와있는 사안”이라며 “차명 계좌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보는데 검찰은 어떤 입장이냐”는 정청래 법사위 위원장의 질의에 “관련 고발장 3건 접수돼 있다”며 “수사 팀에서 관련 법리 등 여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 개정 없이도 현행법에 따라서도 불법 자금 환수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정 위원장의 질의에는 “범죄 수익 은닉을 인정하려면 기본 범죄가 입증돼야 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2007년과 2008년 검찰과 국세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가 차명 은닉하던 보험금과 장외주식 등에 대한 진술서·확인서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210억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김 여사 측이 보험료 납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8년 4월로 김 여사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904억원 메모’를 작성한 직후다. 당시는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 884억 원을 미납하고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호소하던 시기였다.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 해당 차명보험이 적발되자 김 여사는 “기업들이 보관하던 자금 112억 원, 보좌진과 친인척 명의 43억 원, 현금 보유액 11억 원 등을 합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차명계좌에 보관되던 은닉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다시 은닉한 것으로 명백히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임에도 국세청은 확인서만 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씨가 원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 화계장부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월금이 갑자기 0원이 됐다가 다음에 다시 이월금이 있다고 회계 장부가 조작됐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노 원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 이어 이날도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 받았지만 불참했다. 노 관장은 해외 행사에 참여한다는 취지로, 노 원장은 피고발인 신분이라 증언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노 전 일가의 비자금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가 수사하고 있다. 앞서 이희규 한국노년복지연합 회장, 5·18 기념재단 등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을 수사해 환수해야한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