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추가 구조조정 본격화…칼바람 부는 게임 업계

엔씨, 4월 이어 추가 구조조정 예고
4개 신설회사 설립하며 인력 재배치
게임 업황 침체 속 실적 악화에 특단의 조치
글로벌 게임사도 줄줄이 구조조정 나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실적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게임사에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가 지난 4월에 이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크래프톤(259960)·넷마블(251270) 등 대형 게임사들도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게임사들의 실적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몸집을 줄여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기업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신설 회사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개, 인공지능(AI) 기술 전문 기업 1개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우선 엔씨소프트는 대표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3개의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만든다. 쓰론앤리버티(T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엑스(Studio X·가칭), LL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와이(Studio Y·가칭), 택탄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지(Studio Z·가칭)로 독립한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자사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조직인 ‘엔씨 리서치’를 분할해 AI 기술 전문 기업 ‘엔씨 AI’(가칭)를 신설한다.


이 과정에서 엔씨소프트는 희망퇴직을 포함한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지난 4월 비개발·지원 부서에 소속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전 직군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인원 감축을 결정했다. 엔씨소프트는 “회사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 및 축소한다”고 했다. 엔씨소프트가 희망퇴직을 받은 건 2012년이 마지막이다. 김택진·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는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경영진 모두 책임감을 통감하며 임직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엔씨소프트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게임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작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해진 탓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4% 급감한 1373억 원에 그쳤다. 올해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7.8% 감소한 8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비용 효율화를 통한 실적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외에도 게임 업계의 강도 높은 인력 감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각 회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기준 엔씨소프트의 직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9명 감소한 4886명이다. 크래프톤과 넷마블의 전체 직원 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3명, 51명 줄어들었다. 이 외에도 네오위즈(095660)(-71명), 컴투스(078340)(-60명), 위메이드(112040)(-43명) 등도 두 자릿수 이상의 인력 감축이 있었다.




게임사들의 실적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중견 게임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중견 모바일 게임사 쿡앱스가 채용 연계형 인턴 프로그램에서 10명 전원을 탈락시키는 이례적인 상황도 발생했다. 이 회사는 최근 실적 악화로 170명 가량의 전 직원 중 절반 가량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사들도 인력 감축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라이엇게임즈가 연초 전체 직원의 11%인 530여명을 해고한 데 이어 최근 ‘리그오브레전드’ 팀 등에서 32명을 추가 해고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연내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임직원 500여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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