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경제분석 및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조만간 산업, 통상, 에너지를 모두 아우르는 신산업정책을 낼 예정이다. 미국 대선과 중동 정세의 불안 등 급변하는 산업·통상 환경 변화에 발맞춰 경제분석까지 더해 신규 정책과제를 구체화하겠다는 선언이라 주목된다.
2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는 이달 7일 ‘2025년 경제분석 및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를 제한경쟁 입찰 방식으로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올려 이날까지 신청을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기간은 2개월로 과제 규모의 소요 예산만 5500만 원에 달한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내년도 경제환경 전망 및 주요 이슈에 대한 분석과 함께 산업, 통상, 에너지 분야의 현안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도출할 방침이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분쟁 격화로 중동 지역이 불안정하고 11월 미국 대선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과 AI 기술의 확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통상 환경도 급변하는 만큼 산업과 통상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로 우리 산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산업 정책이 결국 통상과 연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네덜란드에 칩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도록 압박하며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칩 수출 통제 등이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어떻게 될지 장기적으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특정 업종의 대응뿐만 아니라 산업과 통상, 에너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정책과 대응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신산업정책은 올해와 전혀 다른 방향과 브랜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분석을 통해) 경제 정책과 산업 정책 모두를 아우르는 산업정책을 마련 중”이라고 강조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도 “특히 인공지능(AI)도 확산되고 있어 담대하게 신산업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신산업정책 2.0 발표하면서 첨단산업 초격차, 주력산업 대전환, 수출 고도화 등을 3대 정책 과제로 삼았다. 첨단산업 초격차를 위해 반도체 등 분야별 맞춤형 지원책을 추진하고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디지털·그린 전환 등 주력산업 대전환을 통해 기업의 투자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을 단순히 뒷받침하는 데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이라는 내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와 통상, 에너지까지 모두 아우르는 산업정책을 새롭게 개발해 내년 초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주로 하던 경제전망까지도 산업부가 연구용역에 포함시켜 업무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부가 예산 권한을 가진 기재부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산업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민간 전문가와 기업의 의견을 모두 청취해 현장의 실질적 요구사항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산업부는 주요 기업 및 산업협회 대상으로 간담회에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산업별 정책 지원 요구사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 신규 정책과제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신규 정책 과제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신산업정책에 모두 담길 전망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 내에서 위기감이 산업부보다 더 큰 곳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