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자산 상위 10%를 대상으로만 재산세율을 올려 전 국민들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나눠주는 경우에도 국민들의 전체 소비 생활 수준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종합부동산세처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가 결과적으로는 전체 국가 경제의 사회적 효용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제학계에 따르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산세 개혁에 따른 거시경제학적 효과 분석’ 논문을 한국계량경제학회 학회보에 게재했다.
석 교수는 보유 주택 가치가 상위 10%인 가구를 대상으로 재산세율을 0.1%포인트 올리면 한국의 사회적 후생이 얼마나 바뀌는지 분석했다. 사회적 후생은 기준 경제 대비 연간 소비 지출 변화로 계산했다. 석 교수는 부동산 자산이 급격히 변동하기 전인 2017년을 기준 경제로 뒀다.
이후 정부가 재산세율을 0.1%포인트 인상해 벌어들인 초과 수입을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이 나눠줄 때(이전지출)와 △정부 공공지출로 쓴 경우(정부지출)로 나눠 국민들의 소비 생활 수준 변화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이전지출과 정부지출 사례에서 모두 국민들의 소비 생활 수준은 0.0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전지출’ 시나리오는 부동산 부자를 상대로 종부세를 인상한 뒤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는 사례와 유사하다는 것이 석 교수의 설명이다.
재산세 인상 대상을 확대하면 사회적 후생 감소 효과는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택 자산 상위 20%를 상대로 재산세율을 0.1%포인트 올리고 그 재원을 기본소득 형태로 배분하면 연간 소비 지출은 0.007% 줄었다. 공공지출로 쓰는 경우에도 0.008% 감소했다. 특히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재산세를 인상할 때는 초과 세수를 공공지출에 쓸 때(-0.021%)와 이전지출(-0.014%)로 사용할 때를 막론하고 사회적 효용 감소 효과가 컸다.
다만 고가 주택을 보유한 가구를 대상으로만 재산세를 인상할 때는 주택 자산 불평등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주택 가격 상위 20% 가구를 대상으로만 재산세율을 올렸을 땐 초과 재원을 정부지출이나 이전지출로 쓰든 상관없이 주택가격으로 본 지니계수가 7.11%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0% 가구를 상대로만 재산세율을 인상했을 때도 주택가격 기준 지니계수는 4.46% 줄었다.
하지만 전체 자산에 대출 등 가계부채를 뺀 순자산 기준 지니계수는 상대적으로 개선 효과가 작았다. 일례로 주택 자산 상위 10%를 대상으로만 세금을 부과한 뒤 이를 정부지출에 활용했을 때 지니계수는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지출로 썼을 때도 지니계수는 0.0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석 교수는 “상위 20%를 대상으로 한 재산세 증세가 주택 자산 불평등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사회적 후생 감소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산세율을 올리지 않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