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늦은 폭염이 계속된 탓에 채소를 중심으로 농림수산품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119.38) 대비 0.2% 하락한 119.17(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이는 두 달째 하락세다. 지난해 9월보다는 1.0% 올라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14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상승 폭은 축소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다.
농림수산품 가격은 크게 오른 가운데, 공산품 가격이 내린 영향이다. 농산물(5.7%)과 축산물(8.2%) 등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이 5.3% 높아진 125.81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도 주택용전력(13.9%), 산업용도시가스(0.8%) 등이 오르면서 0.9% 상승했다.
반면 공산품은 국제유가 하락 여파에 석탄및석유제품(-6.3%), 화학제품(-1.2%) 등을 중심으로 0.7% 하락했다. 서비스업도 음식점및숙박서비스(-0.4%), 운송서비스(-0.5%) 등이 내려 0.2% 낮아졌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배추(61.0%), 토마토(51.1%) 등 채소와 돼지고기(16.1%), 쇠고기(11.2%) 등 축산물은 급등했다. 경유(-8.7%), 자일렌(-12.9%), D램(-2.6%), 호텔(-8.9%), 국제항공여객(-8.3%) 등은 하락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8월보다 0.8% 내렸다. 최종재(0.1%)가 상승했지만, 원재료(-3.5%)와 중간재(-0.8%)는 하락했다.
양나경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9월 추석까지 폭염 등 기상 악화로 작황이 부진한 탓에 배추와 토마토 등 채소를 중심으로 농림수산품 물가가 올랐다"며 "축산물은 폭염에 더해 도축 일수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협회는 배추 수급 동향과 지난 20년간의 생활물가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음 달 배추 소매가격이 포기당 평균 5300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11월 가격 기준 최고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5% 비싼 것이다. 11월 포기당 배춧값은 지난 2020년 2981원에서 2021년 3480원, 2022년 3848원, 지난해 4327원 등으로 매년 올랐고 다음 달 처음으로 50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11월 배춧값 전망치는 이달과 비교하면 42% 정도 떨어진 것이다. 이는 가을배추 작황이 회복되고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배춧값은 보통 가을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께 하락세를 보이고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에서 이듬해 1월께 저점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