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동차 정비사가 급속히 줄어 차 점검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도요타 자동차조차 고객의 점검 의뢰에 원활한 대응이 어려워지자 일부 정비 작업을 외부 공장에 위탁할 수 있도록 새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2023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자동차 정비사는 33만 명으로 약 10년 새 1만 명 이상이 줄었다. 자동차정비 전문학교 입학자 수도 2023년도 기준 6800명으로 20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일본에서 자동차 정비사는 정비 관련 지식과 기술 수준에 따라 1~3급으로 나뉘는데 1급은 전기자동차(EV) 등에 대한 고급 지식이 필요하며 2급은 일반 자동차 정비, 3급은 엔진과 브레이크 점검 등에 대응할 수 있다.
전문 정비 인력이 줄어드는 반면 일본 내 자동차 보유 대수는 2023년 기준 8245만 대로 정비사 1인당 정비 차량 대수는 매년 늘고 있다는 게 요미우리의 설명이다. 2023년도 자동차정비·수리공의 유효구인배율은 4.99배로 전 직종 평균(1.29배)을 훨씬 웃돌았다. 유효구인배율이 4.99배라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1명에 대해 기업에서 제시하는 일자리가 4.99개 있다는 것으로 기업들이 사람 구하는 데 그만큼 애를 먹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정비사가 부족해진 배경으로는 열악한 처우가 꼽힌다. 일본 국토교통성 등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업의 2022년도 연간 소득 평균은 약 469만 엔(약 4287만 원)이었다. 최근 산업 현장 전반의 임금인상 분위기로 급여가 오르긴 했지만, 전 직종 평균보다 30만엔(약 270만 원) 정도 적다. 반면 연간 노동 시간은 평균보다 60시간 정도 많았고, 휴일도 적었다. 고객이 차 정비를 맡기는 때가 휴일에 집중되다 보니 정비사들은 이 시기에도 일하게 되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워라밸 확보를 중시하는) 젊은이 중 정비사가 되려는 사람이 적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가 정한 ‘자동차 검정제도’가 있어 이들 정비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신 기술을 활용한 차량이 보급되면서 기존 내연 차와 새로운 구조의 차량에 대한 정비 의뢰가 모두 늘어날 경우 이에 대응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노 도모키 노무라종합연구소 연구원은 “현장의 부담이 커져 업무가 돌아가지 않으면 정비 불량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정비사들에 대한 대우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비사 부족이 심화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도요타도 내년부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 대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계열 판매점에서 맡아온 자동차 점검 등 일부 작업을 계열 외 정비 공장에 ‘외부 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판매점이 독자적으로 계열사 외 정비 공장에 작업을 의뢰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본사가 판매점의 정비 난을 지원하기 위해 외부 위탁을 제도화한 것은 처음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우선은 법인용 리스 차량을 중심으로 차 점검과 부품교환 같은 일반적인 작업을 외부 정비 공장에 위탁할 계획이다. 법인용 리스 차량 외 개인 소유 차량도 향후 같은 방식의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