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갑질 논란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터 곽(곽근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가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한국말을 썼던 곽 대표가 이번 국감에서는 통역을 대동해 영어로만 발언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답변하는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감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2022년 아디다스코리아가 ‘퓨처파트너’ 정책을 발표한 후 전국 120곳 이상의 대리점 중 19곳만 남겨 나머지는 폐쇄했고 본사가 직접 판매했다”며 “80명 넘는 대리점주와 계약갱신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대표에게 “지난 1년 점주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냐”고 질의했다.
이에 곽 대표는 영어로 말하고 통역이 답변을 전달했다. 그러자 신 의원은 “이게 뭐 하는 건가. 지난해엔 한국말로 다 답변하셨는데 올해는 한국말을 못 하나”라고 지적했다. 곽 대표는 다시 영어로 “작년 국감에서 제가 제대로 답변을 잘 드리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 한국어로 인해서 위증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중대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올해는 통역을 통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중 아디다스 점주협의회장은 “곽 대표는 전략 발표 때 한국어로 저희에게 PT(발표)를 했을 때 한 번도 영어를 쓴 적이 없었는데, (영어를 쓰는 것은) 오늘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곽 대표는 지난 7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국가대표 축구팀의 손흥민 선수를 초청한 행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통역 없이 유창한 한국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곽 대표는 손흥민에게 “첫 골, 데뷔에서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손흥민이 “F5 신었던 것 같다”고 말하자 곽 대표는 “바로 이 모델이다”라며 상자에 담긴 신발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가 첫 골을 기념하기 위해서 생일선물로 이걸 찾았다”며 “의미 있는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곽 대표의 답변 태도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곽 대표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며 “(곽 대표 출신인) 캐나다와 우리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지만, 아마 캐나다 국회에서 저딴 식으로 주머니에 손 넣고 건들건들(한 태도로) 증인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강민국 의원은 “신 의원이 질의하는데 곽 증인이 메모하는 장면이 있었다. 충분히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데도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짙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국회 모욕죄 또는 국회 위증죄를 비롯해 이 부분은 특별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22년 1월 사업을 개편하면서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해 논란이 됐다. 계약을 종료 당한 가맹점주들은 아디다스 전국점주협의회를 구성하고 온라인 판매권 박탈 및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 등 아디다스코리아의 갑질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