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올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면서 4~9월까지 6개월간 일본 기업 파산 건수가 10년 만에 5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 기업들의 대규모 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에 기대 연명해온 좀비 기업들이 대거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도쿄상공리서치 통계를 인용해 4~9월 5095개 기업이 파산해 10년 만에 50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1년간 파산 건수가 총 8500건이었는데, 높아진 금리로 부채 부담이 커진 기업이 앞으로 더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30년간 초저금리 정책을 이어온 탓에 작은 폭의 금리 인상만으로도 파산에 내몰리는 기업이 급증하는 구조가 됐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부채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일명 ‘좀비 기업’들이 낮은 금리와 정부 지원으로 수년간 연명하면서 투자도 고용 창출도 없는 상태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심화시켰다. 니콜라스 스미스 CLSA 재팬 전략가는 “이들 기업을 정리해야 새롭고 건강한 회사들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파산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본은 현재 실업이 아닌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생산성이 없는 기업은 오히려 고용이나 경쟁력을 장기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관련 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의 기준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좀비 기업 수가 지금의 약 56만 5000개에서 63만 2000개로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좀비 기업은 2008년 호시 다케오 도쿄대 교수 등이 만든 용어다.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정부나 채권자의 금융 지원 덕에 파산을 면한 기업으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