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업의 ‘취업준비생 성희롱 방지책 마련’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취업 면담이나 인턴십 과정 중 성적 농담이나 불쾌한 식사 강요 등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선발 과정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주저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관련 법을 개정해 취준생과 기업 직원이 면담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고, 상담 창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조치를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이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취준생에 대한 성희롱을 방지하는 법률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후생성 지침에 ‘사업주는 필요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만 기재돼 있을 뿐, 방지를 위한 조치 강구 및 마련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은 직장 내 직원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에 상담 창구 설치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의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후생성은 이 법을 개정해 취준생도 ‘고용 관리의 연장선’으로 보고 의무화 대상에 포함하는 쪽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후생성이 올 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인턴십 중 1회 이상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학생 비율은 30.1%였다. 피해 내용은 ‘성적인 농담이나 놀림’이 38.2%로 가장 많았고, ‘집요한 식사·데이트 요구’가 35.1%였다. ‘성적 관계를 강요받았다’는 응답도 19.7%나 됐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취준생들은 ‘피해를 신고하면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약자의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후생성은 노사 대표자 참여 하에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내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관련 규칙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기린홀딩스는 재직자와 취준생이 면담(취업 관련 상담)할 경우 온라인이나 전화를 권장하고, 대면 면담 시 개인 공간이 아닌 회사·대학 시설 또는 개방 공간에서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다케다약품공업은 면접관에게 성희롱 등과 관련한 부적절한 질문의 예를 사전에 공유하며 교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