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권시장 사상 역대 최대 기록을 쓴 현대자동차가 14억 인구를 보유한 세계 3위 규모의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 ‘톱티어’가 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수조 원의 자금으로 생산능력과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전동화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며 현지 공략을 본격화한다. 전기차 대중화를 끌어내기 위한 신차 출시와 충전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 세계 3위 완성차 시장인 인도에서 톱티어 브랜드로 올라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인도법인(HMIL)의 증시 상장은 1996년 법인 설립 이후 약 28년 만이다. 외국계 완성차 기업 중에서는 일본 완성차 업체인 스즈키와 인도 정부의 합작사인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약 190억 달러(한화 26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인도 IPO 역사상 최대인 33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를 조달했다.
취임 4년 차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현지 IPO를 추진해왔다. 14억 명 인구를 보유한 인도의 지난해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0만 대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승용차 시장은 410만 대로 2030년에는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 시간) 인도법인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정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인도 IPO를 통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인도 시장의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인도는 기술 개발이나 정보기술(IT) 부분에서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도법인 IPO를 통해 기존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소형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현지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고객 수요를 반영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14.6%로 2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1위 자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인도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현대차는 크레타와 베뉴·투싼 등 총 6종의 차급별 SUV 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다. 내연기관 위주였던 파워트레인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
인도 권역의 생산능력도 대폭 개선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150만 대의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82만 4000대)과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43만 1000대)은 라인 신설과 설비투자를 이미 완료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게 인수한 푸네 공장(25만 대)은 내년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전기차 시장의 선점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1월 크레타 전기차(EV)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5개로 늘린다. 기아도 같은 기간 소형 전기차 등 4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보면 총 9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는 인도의 경제성장에 발맞춰 프리미엄 전기차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현대차그룹 신차에는 커넥티비티·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등 신기술을 대거 적용해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전동화 전략은 단순 전기차 출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공급망 현지화와 충전망 구축을 병행해 전동화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첸나이 공장에 배터리팩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셀까지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망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인도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타밀나두주의 주요 거점에는 고속충전기 100기를 설치한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전동화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정 회장은 향후 6~7년 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 캐즘은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비용 문제로 인한 것으로 기술 개발이 된다면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전기차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기술과 비용만 맞춰진다면 전기차 시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