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의 수익률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크게 못 미치는 가운데 레버리지(차입) 투자 수단인 차액결제거래(CFD)의 잔액조차 해외 주식분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주가조작 사태로 한 차례 거래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이후 투자자들이 대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FD 해외 매수 포지션 명목 잔액은 이달 18일 2611억 원(증거금 포함)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CFD 거래가 재개되면서 잔액 정보가 처음으로 공시된 지난해 8월 말 1632억 원보다 979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CFD 해외 매수 포지션 잔액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점점 가팔라지면서 코스피지수가 2600선 전후 박스권에 갇힌 이달 들어서만 2244억 원에서 2611억 원으로 367억 원이 더 늘어났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증거금을 40%만 납부해도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 신용 융자 거래와 유사하다. 이른바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의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지난해 6월부터 모든 신규 거래가 중단됐다가 같은 해 8월 말부터 재개됐다.
해외와 달리 CFD의 국내 잔액은 외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FD 매수·매도 포지션 명목 잔액은 지난해 8월 말 1조 2726억 원에서 이달 18일 1조 3160억 원으로 434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 매수 포지션 증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5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실제 이 기간 코스닥시장 매수 포지션 잔액은 5738억 원에서 4716억 원으로 1022억 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증시를 휩쓸었던 국내 2차전지주 투자 열풍이 올 들어 힘을 못 쓴 이유가 컸다. 코스피시장 매수 포지션 잔액은 5057억 원에서 5647억 원으로 590억 원 늘었으나 그 폭은 해외보다 적었다.
최근 들어서는 코스피가 정체 현상을 겪으면서 오히려 유가증권시장 매수 포지션 잔액이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매수 포지션 잔액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97억 원이 더 줄었다. 코스닥 잔액은 261억 원 늘었으나 그간의 감소 폭을 만회할 수준도 아니었고 해외 쪽 증가 폭에도 못 미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올해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일본의 경영 환경은 강화되고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증시 서열이 굳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