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S27에 탑재 예정인 차세대 엑시노스 개발에 착수한다. 최근 ‘엑시노스2500’이 수율 문제를 겪는 등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 과정이 평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칩은 차세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격전장이 될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만큼 최선단 공정 고객을 확보하는 문제와도 맞물린 중요한 과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7에 탑재할 예정인 차세대 엑시노스 제품의 코드명을 ‘율리시스’로 확정하고 연말께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 율리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로마식 이름이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2세대 2㎚ 공정인 SF2P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SF2P 공정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공정으로 1세대보다 성능, 전력 소비 효율 등을 높인 개선 버전이다. 회사는 SF2P 타깃 스펙을 전작 대비 성능은 12% 향상하고 전력 소비와 면적은 각각 25%, 8% 감소로 설정해 개발하고 있다. 칩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사업부는 현재 해당 공정을 고도화하기 위해 테스트칩을 찍어 내고 공정 디자인을 검증하고 있다.
칩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로서는 자존심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엑시노스와 경쟁사 퀄컴의 칩셋인 스냅드래곤 간 성능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물론 최근 출시한 엑시노스 제품들이 수모를 겪고 있어서다. 2025년 초에 출시될 갤럭시 S25에 맞춰 개발 막바지에 단계에 있는 엑시노스2500은 수율·성능 등 문제에 부딪치며 S25 탑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직전 세대에서 발생한 성능 이슈로 갤럭시 S23 시리즈에서는 전 라인업에 퀄컴 AP가 탑재되기도 했다.
파운드리 경쟁력을 위해서도 이번 칩 양산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 공정 양산에 성공했지만 완성도에서 뒤처지며 결국 TSMC에 관련 시장을 전부 내줬다. 3㎚를 쓰는 애플·엔비디아·AMD 등 굵직한 고객사도 모두 TSMC가 차지했다. 선단 공정에서 밀리며 양 사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5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삼성전자로서는 3나노 시장을 넘어 차세대 격전지인 2나노 공정 완성도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처지다.
경쟁 상황이 순탄치 않다. 차세대 공정에 올인한 기업들은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TSMC는 물론 인텔, 일본의 라피더스도 판을 뒤엎고자 2㎚를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라피더스는 2027년 2㎚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사세가 기울고 있는 인텔은 최선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으며 더 미세화한 1.8㎚ 공정을 통해 2㎚ 경쟁에 참전한다는 전략이다. TSMC 역시 3㎚에서 다진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도 300억 달러(약 41조 1000억 원)를 웃도는 막대한 설비투자에 나서며 2㎚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은 최신 엑시노스 AP라는 든든한 고객을 보유해왔다”며 “다량의 엑시노스 물량을 소화하면서 공정을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축적한 경험을 잘 발휘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차세대 공정에서는 TSMC와 더 나은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