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객 홀린 대학로 소극장…'한국판 브로드웨이'로

■공연관광축제 '2024 웰컴대학로'
넌버벌 공연서 연극·뮤지컬까지
日·말레이 등 관광객 발길 이어져
외국어 자막제공 함께 웃고 즐겨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이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에서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이달 1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 일본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이 줄 선 이유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출연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사진 촬영에 앞서 해당 공연도 단체 관람했다. 일본어 자막을 보며 뮤지컬을 즐긴 이들은 공연 도중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일본인 오오니시 씨는 “한국에 여러 차례 여행을 왔지만 공연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다음에 한국에 와서도 공연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연극·뮤지컬·넌버벌(비언어) 공연을 내세운 공연 관광 축제 ‘2024 웰컴대학로’가 11월 3일까지 열린다. 예년과 달리 올해 축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K팝·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공연 역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웰컴대학로에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성공하면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일본인 관광객들은 여성 배우들만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유명 가극단 ‘다카라즈카’에서 활동하는 인기 배우 아사미 준의 팬들이다. 일본에서도 공연 마니아들인 만큼 한국 공연에 대해서도 진입 장벽이 낮을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이 관람한 뮤지컬 공연장은 좌우·중앙에 모니터 화면을 배치하고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 가사를 모두 일본어로 번역해 자막으로 제공했다. 한국인 관객들과 동일한 포인트에서 일본인 관객들도 공감하고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공연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은 아버지·무당·스튜어디스·기관사·맞선남 등 다양한 역할로 빠르게 변신하며 극에 재미를 불어넣는 ‘멀티맨’의 연기에 박수를 치며 웃었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 외에도 올해 축제에는 말레이시아에서 30명 규모의 단체 관광객이 방한해 뮤지컬 ‘뱀프앤헌터’를 관람했다. 이 외에도 뮤지컬 ‘온새미로’ ‘진짜 나쁜 소녀’, 연극 ‘뷰티풀라이프’ ‘오백에 삼십’ 등에 외국어 자막이 제공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 13일 서울 대학로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올해 축제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여행사(OTA)와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내놓았다. 11월 24일까지 인터파크트리플의 글로벌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 콘텐츠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대만계 자유여행 플랫폼인 KK데이에서도 9개 공연을 대상으로 11월 30일까지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두 OTA를 통해 총 70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할인 받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중국 최대 여행 커뮤니티 ‘마평워’, 중국 최대 한국 여행 전문 온라인 여행 플랫폼 ‘한유망’, 일본인 여행객을 위한 한국 정보 사이트 ‘코네스트’에서는 웰컴대학로와 공연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 또한 대학로뿐만 아니라 명동·코엑스 등으로 확대됐다. 25~27일에는 명동예술극장 앞 야외무대에서 태권도 퍼포먼스와 서커스 및 뮤지컬이, 29~31일 코엑스에서는 팝페라·뮤지컬 등 공연이 예정돼 있다. 평소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필수로 방문하는 관광지인 만큼 야외 무료 공연을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의 공연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곽재연 한국관광공사 한류콘텐츠팀장은 “논버벌로 시작한 공연 관광은 이제 뮤지컬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 있다”며 “이번 일본과 말레이시아 방한 단체 역시 뮤지컬 공연 관람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공사는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외국어 자막 지원, 다국어 공연 정보 제공,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통해 공연 관광 수요가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