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독립을 꿈 꾸는 퀄컴과 ARM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퀄컴이 ARM 설계자산(IP)에서 독립한 신형 스냅드래곤 모바일AP를 공개하자, ARM은 퀄컴과 기초 설계 저작권 계약 취소를 통보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는 구도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ARM이 자사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자체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퀄컴과의 라이선스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퀄컴에게 8주간의 시정 기한을 요구했다고 한다. 퀄컴이 2달 내 ARM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해, 두 기업 간 또 다른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퀄컴은 “ARM이 오랜 파트너를 압박하고 있고 취소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승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계약 취소 압박은 전날 퀄컴이 ARM 설계자산에서 벗어난 ‘오라이온’ 기반 모바일AP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공개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사실 퀄컴은 2021년 오라이온을 설계한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한 이후 ARM과 지리한 소송전을 이어오는 중이다.
퀄컴은 ARM 기반 모바일 칩셋의 최대 공급사다. 라이선스료가 주 수익원인 ARM 입장에서는 퀄컴의 독립 시도가 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일이다. 퀄컴은 ARM에 지불해야하는 라이선스 비용 뿐만 아니라 ARM 설계에 발목 잡혀 성능 개선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관련 소송전에서 퀄컴이 패소할 경우 연 390억 달러(약 52조 원)에 달하는 매출 상당 부분에 큰 타격이 올 전망이다. 과거 판매한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도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에 막대한 타격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퀄컴이 패소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퀄컴은 이미 2019년 애플과의 법적 분쟁에서 승리한 바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소송에서도 항소 끝에 유리한 판결을 얻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