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승으론 부족…제 인생의 한방은 '시즌 5승'이죠"

◆'커리어 하이 시즌' 박지영 18문 18답
올 10년차…3승 거둬 통산 10승째
다승 공동 1위·평균 타수 2위 등
주요 지표에서 지난 시즌 넘어서
"10년 뒤엔 15승하고 은퇴할래요"

박지영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조태형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9년 차인 지난해 3승을 쌓으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이 올해 ‘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3승으로 박현경·배소현·이예원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고 2위인 평균 타수와 3위인 상금·대상(MVP) 포인트에서도 1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10년 차인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주요 부문 타이틀 획득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박지영이지만 그는 아직도 배고프다.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으로 최고 시즌의 정점을 찍으려는 박지영을 고정 코너 ‘18문 18답’을 통해 만났다.


-지난해가 생애 최고인 줄 알았는데 올해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내년에는 어떨까’하는 설렘 속에 올 시즌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올해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남은 3개 대회에서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과정에 충실할 생각이에요.


-다승 공동 1위, 평균타수 2위 등 데뷔 후 첫 주요 부문 타이틀 획득 기대해도 될까요.


△사실 타이틀을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아요. 되면 좋고 안 되면 내년을 기약하면 되죠. 지난해 평균 타수 1위를 욕심내면서 하반기에 잘 안 풀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욕심부리지 말고 큰 실수하지 말고 끝까지 좀 신경 쓸 계획이에요.


-평균 타수, 드라이버 비거리,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적중률 등 주요 지표가 다 지난 시즌을 앞질렀어요.


△계속해서 스윙의 틀을 고치고 있던 게 이제는 안정화됐다고 생각해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도 있지만 예전보다는 좋아졌어요. 그런 부분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지난해 인터뷰에서 “올해는 내년을 위한 과정”이라며 스윙의 가장 큰 틀을 바꾸고 있다고 했는데. 원하던 스윙이 완성된 걸까요.


△은퇴하기 전까지 그런 스윙이 나올까 싶기는 한데 최대한 원하는 데까지는 만들어 보려고 해요. 지난해가 원하는 스윙의 55~60%를 완성했다면 올해는 70% 가까이 만들었다고 봐요. 아마 투어를 뛰고 있는 한 매년 조금씩 보완하면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에요.


-올해 5월 맹장염으로 한 달을 쉬었어요. 그때를 돌아본다면.


△데뷔 후 처음으로 두 달 가까이 쉬다 보니까 힘들었어요. 아파서 운동을 못 하니까 근력과 퍼포먼스가 다 떨어졌어요. 연습하면서 조바심도 들었어요. 조금 많이 아쉬웠죠.


-그래도 빠르게 회복해서 8월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했어요.


△맹장염 수술 전에 2승하고 흐름과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좀 속상한 시기를 보내던 와중이었어요. 그래도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오히려 한 번 더 성장할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올 시즌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이에요. 마음에 안 드는 스윙과 최근 마음에 들지 않는 성적 때문에 20점 감점했어요.


-올해 데뷔 10년 차에요. 힘들었던 순간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런 순간이 너무 많아요. 아직도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힘들어요. 예전에는 되게 감정적으로 화도 났는데 이제는 그래도 10년 차가 되다 보니 많이 무뎌졌어요.


-혹시 꼰대 소리 들어 본 적 있거나 스스로 그렇게 느낀 적은 있나요.


△후배들이 장난으로 꼰대라고 하는 걸 들어본 적은 있어요. 가끔 후배들이 힘든지 저한테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가면 ‘와 인사 안 하네’라고 장난삼아 꼰대처럼 행동하고 그러긴 해요. 그렇다고 기분 나쁘지는 않아요.


-10년 동안 투어 뛰면서 가장 존경하는 선배. 가장 아끼는 후배는.


△존경하는 선배는 이정민, 박주영과 은퇴한 정연주 프로에요. 코스 안팎에서 배울 점이 많은 언니들이에요. 후배는 한 명이라도 자기 얘기 안 하면 뭐라고 할 것 같아서 말 안 할래요.


-골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지난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때 벙커 턱 잔디에 박힌 공을 룰대로 드롭을 했고 같이 쳤던 선수들한테도 확인을 받은 상태였는데 비난을 받아 억울하고 힘들었어요. 그때 이후로 ‘실력으로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때부터 내 감정을 다른 사람한테 표현하려고 하는 성격적인 변화도 생겼어요.


-멘탈이 흔들릴 때는 어떤 생각을 하나요.


△‘내 팔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해요. 안 될 때는 정말 뭘 해도 안 되니까 순간순간 상황을 어떻게 유하게 넘어갈지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박지영에게 선수분과위원장이란.


△선수뿐 아니라 사람 박지영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데뷔 후 처음으로 선수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선수를 위해서 대변했던 게 처음이다 보니까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보람되거나 힘든 점은 없나요.


△선수들과 거의 매일 얘기하고 그들이 원하는 걸 듣고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보람된 것 같아요. 그리고 힘든 점은, 사실 그냥 모든 게 힘들어요.(웃음)


-내년 시즌 시작 전에 임기가 끝나는 걸로 알아요.


△주변에서 연임하라는 의견도 있어요. 그래서 하라고 하면 또 할 것 같긴 한데 너무 힘들어서 고민은 좀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사실 누가 자발적으로 한다고 하면 너무 좋을 텐데요.


-인생 모토는 뭔가요.


△‘인생은 한 방이다’에요. 그런데 저의 ‘한 방’은 아직 안 나왔어요. 시즌 5승쯤 해야 ‘한 방’ 아닐까요. 그때는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생각으로 속 시원하게 떠날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은 미련이 많아요.


-박지영에게 기부란.


△아주 어릴 때부터 매달 2만 원씩 하던 거라 밥 먹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영향을 받아서 지금까지 꾸준히 기부하고 있어요.


-10년 뒤 박지영은 뭘 하고 있을까요.


△통산 15승 채우고 은퇴하지 않았을까요. 또 열심히 재테크 한 돈으로, 백수로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돈 많은 백수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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