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단체 대표가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향해 “제자들과 멀어지는 게 아닐지 숙고해보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협의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협의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처럼 허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정협의체가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의 해결을 위해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사태 핵심인 전공의들이 이처럼 부정적이라, 출범한다 해도 실효성 논란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먼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과 이종태 KAMC 회장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인들에게 편승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의 결정이 정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한 번 숙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를 향해서도 박 비대위원장은 “다시 한 번 유감”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태 파악과 상황 판단에 꽤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지목하며 “왜곡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 역시 인적 쇄신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대변인 사퇴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도 꺼냈다.
박 비대위원장은 “여야의정협의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지난 윤 대통령과 면담처럼 허망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라 외칠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 대표를 향해 “의사 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되며 여당 대표로서 엄중하게 임해주시라”고 요구했다. 여야의정협의체 ‘개문발차’론에 대한 경계성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최근 전공의단체 대표성을 두고 논쟁이 빚어지는 걸 의식한 듯 “대전협은 여전히 존재하며 위원장으로서 사직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저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성을 부러 주장할 생각은 없다. 제 지위와 역할이 무엇일지 그 판단과 결정은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도 대표성은 자신에게 있음을 못 박은 셈이다. 그는 대전협 비대위에 대해 “광역시 중심으로 지역을 돌며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학생 대표, 시도의사회장까지 한 자리에 모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3일에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윈회와도 연석회의를 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며칠 전 “대한의사협회가 사직 전공의 모 이사를 통해 ‘괴뢰 전공의 단체’를 세워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려던 정황이 확인된다”고 주장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의협 기획이사는 장문의 댓글을 달아 “저 역시 대표성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며 “각자 위치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면 되지 않겠나. 의료계 내부에서 원치 않는 결과를 받아오고자 야합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