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에서 석유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SK에너지가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단행한다. 최근 정제 마진 하락 등으로 회사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앞두고 조기 인사를 시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24일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 CEO 인사를 진행한다. 이번 인사에서 오종훈 SK에너지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김종화 울산CLX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사장은 지난해 말 SK에너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SK에너지 P&M(플랫폼&마케팅),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임원, SK에너지 BM혁신본부장 등을 거쳤다.
이번 인사는 최근 실적이 부진한 SK에너지의 사정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 중 정유 사업을 맡으며 ‘캐시카우’로 꼽히는 SK에너지는 최근 들어 악화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SK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회사의 석유 사업 부문은 전 분기 대비 4469억 원 감소한 14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울러 앞서 진행된 SK에코플랜트 인사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17일 임원을 66명에서 51명으로 줄이고 일부 조직을 신설했다. 인사 수요가 있을 때 정기 인사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각 수시 인사를 한 것이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은 11월 1일 SK E&S와 통합법인을 출범하는 만큼 그 전에 사장단을 교체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SK에너지 외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는 SK지오센트릭·SK온·SK엔무브·SK인천석유화학·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SK어스온·SK엔텀 등이 있다. 이번 계열사 CEO 인사에서는 2018년 말 대표에 선임된 후 6년간 SK지오센트릭을 이끈 나경수 사장과 김철중 SK아이테크놀로지 사장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SK온 대표로 선임된 이석희 사장은 연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CEO 교체와 함께 임원 인사가 함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2월 초 이뤄지는 정기 인사와 함께할지, 이번 사장단 인사와 동시에 이뤄질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고강도로 이뤄지고 있는 리밸런싱 작업에 맞춰 SK그룹 전체적으로 임원 규모가 20% 이상 감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재 중동 출장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해 원유 생산지이자 중요한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관계를 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31일부터 2박 3일간 열리는 CEO 세미나에 참석해 CEO들의 하반기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