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3분기 북미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전기차(HEV)의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매출액을 끌어올렸다. 중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경기 둔화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판매단가(ASP)가 높은 차량들의 판매를 늘리면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현대차는 24일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42조 928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4.7%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3조 5809억 원으로 6.5%, 당기순이익도 3조 2059억 원으로 3% 줄었다.
현대차의 3분기 경영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이 경기 둔화를 겪으면서 산업 수요도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유럽은 4.2%, 중국은 6%가량 산업 수요가 후퇴했다. 어려운 현지 경기는 현대차의 판매량에 고스란히 반영돼 도매 판매 기준으로 유럽 판매량이 9.5%, 중국은 61.3%나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북미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주요 시장의 판매 부진을 털어냈다. 현대차는 3분기 북미에서 약 30만 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을 9.3% 늘렸다. 국내시장에서도 17만 대를 판매해 1.8% 판매량이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북미와 국내시장에서 선전한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줄었지만 전체 매출은 더 늘어난 지점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01만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만 대)에 비해 3.2% 줄었는데 매출액은 42조 9283억 원으로 4.7%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고가 차량인 SUV와 HEV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함께 뛴 것이다.
전체 판매 차종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SUV의 비중은 56.3%로 지난해 3분기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도 5.6%를 기록해 0.5%포인트 늘어났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HEV로 돌파한 전략이 먹혔다. 올해 3분기 친환경차 판매량 가운데 HEV가 차지한 비중은 12.9%로 전년(8.6%)에 비해 4.3%포인트가량 증가했다. 판매단가가 높은 SUV와 HEV,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6.5% 감소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북미 지역에서 판매한 그랜드 싼타페에 대한 엔진 보증을 연장하면서 약 3200억 원의 충당 부채가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또 인건비가 증가하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판매 관리비 비중이 0.2%포인트 오른 11.5%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경기 둔화로 자동차 판매를 위한 인센티브 비용이 증가한 것도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이승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미국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엔진 보증을 연장 조치했다”며 “일회성 부채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약 3조 9000억 원, 9.2%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내년 자동차 시장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 시장의 성장률 둔화와 환율 하락(원화 강세), 금리 인하 등으로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경영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대내외 복합적인 경영 리스크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치밀한 내부 진단, 과감한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일하는 방식, 조직 문화부터 혁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 △품질 확보 △원가 개선 △판매 효율화 △글로벌 역량 확대 △내부 혁신 △대내외 소통 강화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한편 주주 환원을 위해 3분기 배당금을 주당 2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3분기(주당 1500원) 대비 33.3% 늘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적극적이고 투명한 주주 환원 정책을 확립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