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취업을 원하는 파키스탄인들을 상대로 서류를 가짜로 꾸며 비자를 발급받아 주는 대가로 건당 수백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위조책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과 공모해 범행한 파키스탄 현지 브로커들은 인터폴 수배 조치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1계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 공문서위조 및 행사, 허위초청 알선 등 혐의로 문서 위조책 4명을 검거하고 이 중 피의자 A(46) 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불법입국자 29명 중 18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고 소재불명 11명에 대해선 수배 조치했다. 해외에 체류 중인 현지 브로커 2명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위조책 4명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지 브로커들과 공모해 단기 상용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 파키스탄인 29명을 불법 입국시킨 혐의를 받는다. 단기 상용비자는 체류기간 90일 이하 비즈니스 목적 초청비자로 기업 초청장 등이 필요하다.

브로커들이 파키스탄 현지인들로부터 비자 발급을 의뢰받으면, 위조책들은 기업초청장 등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브로커들에게 국제우편으로 서류를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이같은 방식으로 브로커들은 의뢰 건당 1만~1만3000달러, 위조책들은 3000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

브로커들과 위조책들은 한국 내 취업을 희망하는 파키스탄인들이 많지만, 양국간 사증면제협정 효력 정지로 무비자 한국 입국이 되지 않고 비자 발급도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허위 초청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업체당 초청인원을 3~4명으로 한정하고, 서류 양식을 수시로 바꾸고 초청인 연락처에 대포폰을 기재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불법 입국자 29명 중 20명은 난민신청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국내 체류자격을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소관부서(지방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자격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불복절차(행정소송)을 거치는 기간에는 난민신청자 자격으로 체류 허가를 받아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경찰은 “허위 난민신청자나 범죄자 등 인도적 보호 필요성이 없는 대상자들에 대한 강제퇴거 규정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진단된다”며 “아울러 국내에서 초청업체의 진위 여부, 피초청인의 초청 사유 및 필요성 등에 대한 실사 후 재외공관에 통보해주거나, 온라인 제출시 업체 대표자의 본인 인증을 거쳐 제출하도록 하는 등 비자 발급시스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