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된 다음날 상한가로 직행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선 의결권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장내 지분 매입 경쟁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공개매수 종료 후 사실상 유통 물량이 대부분 사라지는 ‘품절주’가 예상됐던 만큼 공개매수 청약이 예상보다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은 추가 지분 매입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시장 움직임으로 해석하면서도 내심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결과를 빨리 발표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1% 오른 113만8000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등극한 것이다. 통상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주가가 떨어지는 흐름과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영풍·MBK와 최 회장 측 모두 확실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추가 지분 매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이 기대만큼 많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날 오전 거래량은 약 13만주로 지난 22일과 23일 기록한 거래량(10만5000주)을 이미 넘어서 시장에 물량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개매수 마감일인 지난 23일 청약 주관사인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창구를 통해 매도 체결량이 많았다는 점이다. KB증권에서만 총 3만9319주(0.19%), 미래에셋증권에서 총 1만5314주(0.07%)가 매도 체결됐다. 국내외 증권사를 통틀어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공개매수 청약으로 발생한 양도차익은 세금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개인투자자들이 공개매수 대신 장내에서 팔고 떠난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끝난 아직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장내 지분매입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예고한 MBK측에 조금이나마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풍·MBK측이 지난 14일 공개매수가 종료되고 2시간 뒤에 결과를 알린 것과 대조적이다.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봐야 양측의 정확한 지분율과 의결권을 추산이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최 회장 측이 ‘정보의 불균형’ 차원에서 유리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공시 의무는 원칙적으로 28일이어서 미리 공개할지 여부는 회사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발표를 앞당겼으면 하는 생각도 없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