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모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질의에 "중국은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며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추동하고 정치적 해결에 힘쓰기를 희망한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통해서 처음 제기됐다. 이후 한국과 미국 정부 등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지만 그동안 중국 외교부는 관련 질문에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추동하고 정치적 해결에 힘쓰기를 희망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반복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당사자인 북한도 러시아 파병을 부인하고 있다. 주유엔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2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러시아 역시 외무부를 통해 23일(현지시간) 파병 보도가 "허위·과장 정보"라며 대응을 고려하는 한국을 향해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북러간의 협력 강화로 미국 등 서방과의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과 원조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선 부담이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이날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비준했다. 북러 조약은 지난 6월 19일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체결한 뒤 지난 14일 하원에 제출됐다.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 22일 우크라이나는 북한이 총 1만2000명, 2개 여단 파병을 준비 중이라며 1, 2차로 3000명의 병력이 보내져 러시아 극동에서 훈련 중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곧 동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지역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들은 북한군 관련 영상을 통해 국제사회에 북한군 파병 사실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