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운명 엇갈린 반도체 기업들, 기술 혁신만이 살 길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반도체 기업들의 운명이 뒤바뀌고 있다. 24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겨울론’을 비웃듯 올해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7조 573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3.8% 늘었다. 특히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330% 이상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7조 300억 원으로 세계 메모리 1위 업체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추월했을 가능성이 크다.


10여 년 전 옛 하이닉스반도체가 생존에 급급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과 AI 혁신 리더십 등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 이후 경쟁사들과는 정반대로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해 AI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에 올라섰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과거엔 설계 도면대로 칩을 만들어내는 하청업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독보적인 첨단 칩 제조에 힘입어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에 오른 반도체 기업이 됐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승자독식 구조이다. 과거 ‘반도체 왕국’ 인텔과 ‘하늘의 제왕’ 보잉은 1등 자리에 안주해 혁신을 미루다 최대 위기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인 범용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턱밑까지 따라왔는데도 AI 반도체 분야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민관정이 위기감을 갖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펴야 할 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도전과 혁신 정신으로 재무장해 과감한 투자와 우수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세상에 없는’ 초격차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세제·예산·금융 지원, 전력·용수 공급 등 인프라 문제 해결과 함께 경쟁국과 같은 보조금 지급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 전략 산업을 지키기 위해 국회도 ‘반도체 지원 특별법’과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조속 처리 등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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