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 잇는 상징적 공간으로…이건희 기증관 '한국다움' 담는다

■문체부, 설계공모 최종 선정
제제합건축사사무소 '시간의 회복'
지역명칭 의미하는 소나무 형상화
그을린 외피로 굴곡진 역사 구현
내년 12월 착공해 2028년 개관
경복궁·미술관·박물관 아우르는
국내 최대 '문화 클러스터' 기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소장했던 문화재와 미술품 등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보관·전시할 서울 종로구 ‘송현동 국립문화시설(가칭 이건희 기증관)’이 ‘송현(松峴·소나무 고개)’이라는 지역 명칭에 맞게 소나무를 상징화한 건물로 건축된다. 이건희 기증관 개관을 통해 종로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박물관·미술관 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건축가협회와 함께 종로구 송현문화공원 내 ‘송현동 국립문화시설’ 건립 사업 국제 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으로 제제합건축사사무소의 ‘시간의 회복’ 작품을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문체부 측은 “이 작품은 ‘대한민국다움’의 사상적 정신을 소나무와 상징적으로 연결해 다각적으로 보여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간의 회복’은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구성됐다. 경복궁 등 전통 건축에서 보이는 형태로 건물 중앙이 비어 있는 중정형 패턴을 적용한 3개 건물에 상설 전시 공간 5곳, 특별 전시 공간 1곳을 배치하는 형태다. 중정형 패턴을 통해 관객들이 전시실 사이를 이동하면서 열린 공간으로 다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외관에는 국내산 소나무를 활용해 기억 속 소나무 언덕과 오늘날 송현문화공원과의 연결 고리를 찾고 또 그을린 외피를 통해 다사다난한 위기에 맞서 오늘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온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상징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올해 11월부터 설계 시행에 들어가고 내년 12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개관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송현동 국립문화시설은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보관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이건희 기증관’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선대회장이 생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1만 1023건, 2만 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문체부 측은 “‘송현동 국립문화시설’도 아직 가칭이고 정식 명칭은 개관에 맞춰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설계 공모에는 국내외 67개 팀이 참여했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시간의 회복’을 선정했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문체부는 다음 달 1일부터 28일까지 송현동 건립 현장에 ‘시간의 회복’을 포함해 1~5위 수상작을 전시하고 설계 공모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국립문화시설과 함께 송현문화공원 부지도 본격적으로 개발된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광장 면적의 3배 규모(3만 7141㎡)로 서울 시내에서 단일 부지로는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이건희 기증관은 그 가운데 9787㎡ 대지에 총사업비 107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송현동 부지는 당초 조선말 임금의 인척이자 영의정을 지낸 김석진의 집터였는데 그가 1910년 경술국치 때 일제에 대한 항거 표시로 자결한 후 친일파 윤덕영·윤택영 형제가 차지했고 1920년대에는 일본의 조선식산은행 사택으로 사용됐다.


해방 후 적산으로 몰수돼 주한미국대사관 숙소 등으로 이용됐으며 이후 소유권이 한국으로 넘어온 후 줄곧 빈 땅으로 남아 있었다. 1997년 삼성생명이 당시 소유주 국방부로부터 인수해 미술관을 지으려 했으나 무산됐고 또 대한항공이 한옥 호텔을 짓겠다며 2008년 매입했으나 여러 규제로 실패했다가 2021년 서울시 소유가 됐다.


현재 서울시는 공원을,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을 공동 개발한 상태다. 문체부는 2021년 11월 “정치와 경제, 문화·예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건희 기증관의 건립 위치로 송현동 부지가 적합하다”고 발표했다. 이건희 기증관이 완공될 경우 송현동을 중심으로 한 종로구 일대는 국내 대표적인 박물관·미술관 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현문화공원은 서쪽으로 경복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북쪽으로 북촌한옥마을, 동쪽으로는 창덕궁과 서울공예박물관, 남쪽으로는 인사동이 연결되는 곳이다. 이미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 및 고도지구로 관리되고 있어 조망이 우수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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