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불화수소 의존도 80→30% 축소… 한일 협력, 공급망 다변화 높여

日 불화수소 7%→46%… 대만산도 11%P ↑
“특정 국가에 과다 의존하면 산업 위기 불러와”
韓, IPEF 효과도 기대… “공급망 위기시 지원”

지난해 5월 미국 디트로이트에 개최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사진 제공=산업부

‘중국산 불화수소의 국내 수입 비중이 2022년 80%에서 올해 30%까지 낮아졌다.’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는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에 촉매 역할을 했다. 당시 일본은 한일 관계의 경색 등으로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소재 반출을 제한했는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또 한·미·일 협력의 산실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하면서 향후 공급망 위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제조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이후 2022년 중국산 불화수소 수입 비중이 80%를 넘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불화수소에 대한 안정적 공급 없이는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한국에 큰 교훈을 줬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과다한 공급망 의존은 곧바로 산업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중국에 대한 불화수소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개시했다. 이는 한일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며 탄력을 받았다. 당시 국제 사회에서 북·중·러의 밀착 구도가 확고해지며 한·미·일 3개국의 협력 필요성도 커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해제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에 대해 ‘화이트리스트’를 재지정하면서 수출규제 후 5년 만에 일본이 경제 최대 협력자로 부상했다.


일본산 불화수소의 수입 비중은 이후 크게 늘었고 중국산의 비중은 대폭 줄었다. 2022년 기준 중국산 불화수소 수입 비중이 전체의 80.1%, 대만산이 10.8%, 일본산이 7.7%를 나타냈던 반면 올 들어 중국산 비중은 30.6%까지 줄었다. 중국을 대신해 일본(46.3%)과 대만(22.1%)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대한 쏠림이 완화되고 중국, 일본, 대만의 비중이 엇비슷해졌다”며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겪으면서 역설적으로 반도체 필수 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모두 참여한 IPEF는 앞으로 요소수·흑연 등 전략물자에 대한 공급망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월 IPEF 공급망 협정이 정식 발효된 데 이어 지난 7월 말에 IPEF 공급망 협정의 3대 이행기구인 위기대응네트워크 초대 의장국에 한국이 선출됐다.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IPEF 의장국, 부의장국에 선출되며 글로벌 공급망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위기대응네트워크는 14개 회원국 중 한 국가라도 회의 소집을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긴급회의가 개최되면서 대체 공급선 확보, 공동 조달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국내에서 공급망 위기가 생기더라도 다른 회원국이 자동으로 개입해서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지난달에 한국이 초대 의장국으로서 IPEF 14개 회원국 합동 공급망 위기대응 모의훈련을 주도하기도 했다.


IPEF 협상을 주도한 노건기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공급망과 관련해서 달걀을 한 꾸러미에 다 넣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코로나 사태 등을 통해 확실히 생겼다”며 “요소수·흑연 등 핵심 자원의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회원국 가운데 어떤 국가가 생산하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재고 여력이 있는지 파악해서 특정 국가에 빨리 수급을 조달받을 수 있는지 요청할 수 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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