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의 경제통감] 왜 정부는 경제를 낙관하고 있는가

숙명여대 명예교수
반도체에 다른 상품 수출부진 가려져
철강·화학 등 주력품목 관리 필요
물량 확대되면 고용·소비 회복될 것


정부와 대통령은 지금 경제가 잘 굴러간다고 확신에 차 있음에도 현장의 경제인이나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최악의 경제 위기라고 아우성이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탄탄한 수출 기조 위에 부진했던 내수마저도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보인다고 자신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가계부채·국가부채·기업부채 위에 내수가 부진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극도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낙관론은 수출액 호조에 근거하고 있다. 지금까지 올해 수출액 증가율은 10%에 달한다. 지난해 -7.5%에 비하면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수출액 증가가 반도체에 너무 쏠려 있으면서 다른 수출 주력 상품의 수출 부진이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반도체 관련 상품(무역협회 상품 분류 85번) 수출은 1108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3.8%에 불과했지만 2024년 9월은 30.6%를 넘었다. 뒤집어 말하면 반도체를 제외한 상품의 수출 비중이 76.2%에서 69.4%로 낮아졌다. 실제로 올해 들어 철강 및 철강 제품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약 5~10% 감소했으며 무기화학 제품은 45% 줄었다. 자동차가 포함된 운송장비 수출도 거의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수출 부진이 가려지고 있다.


정부는 수출액만 주목하다 보니 경제성장률이나 고용에 직결되는 수출 물량의 위축을 등한시하고 있다. 예컨대 9월 수출액은 10% 가까이 증가했지만 수출 물량 지수는 3.9% 증가에 그쳤으며 9월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에 비해 8.4% 감소했다. 물량은 고용과 직결되고 고용은 소비와 직결된다.


정부는 소비 부진을 간과하고 있다. 불변 소매 판매액 지수는 거의 4년째 뒷걸음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8월 불변 소매 판매액 지수는 99.3으로 2022년 8월 105.6보다 6%포인트 이상,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8월의 99.4보다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소비 부진을 외면하고 있다. KDI는 내수 부진을 건설 경기 부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


KDI 진단대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만약 주택이든 인프라든 건설 경기를 부양한다면 1990년대 같이 일시적으로 수치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될지 몰라도 부작용이 일어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세가 유지되지는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비 부진이 건설 경기 부양으로 살아날지 극히 회의적이다.


해법은 이렇다. 수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은 1980년대 이전의 미국 쏠림이나 2000년대 중국 쏠림처럼 건강하지 못한 현상이다. 수출 품목의 다양화는 한국 경제의 안정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특히 추락하고 있는 철강 및 철강 제품, 무기화학 제품 등 반도체를 제외한 10대 수출 품목의 수출 관리 지원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수출액 동향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수출 물량도 동시에 파악해야 한다. 반도체 및 반도체 이외 수출품의 물량이 확대되면서 고용이 늘고 따라서 소득이 늘면 지역 균형 발전과 함께 소비가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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