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명동의 애플 스토어. 1층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신제품이 진열된 매대에 모인 사람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자 등받이 없는 의자에 50명이 넘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구스타퍼 말러의 교향곡 1번 음원을 애플뮤직 클래시컬을 통해 단독 공개하면서 연 쇼케이스 행사에 미리 신청한 팬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날 팬들과의 대화에 나선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은 말러를 두고 “미술에 비유하면 보는 이를 그림 속으로 빨아들여 작품의 일부가 되게 하는 것처럼 듣는 사람을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음악가”라며 “그의 작품 속에는 현악기에는 사랑과 가족이, 목관 악기에는 자연에 대한 표현이 담겨 있다”고 치켜세웠다.
“말러 전곡 연주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성장 시킬 것”
앞서 츠베덴 감독은 5년간의 임기 안에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녹음하겠다는 대장정의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서울시향은 내년 1월 말러 교향곡 2번을, 2월에는 7번을 녹음한다. 츠베덴 감독은 “말러 전곡을 연주하는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라 나와 서울시향 양쪽에 큰 의미”라며 “그의 곡을 꾸준히 연주하다 보면 시향도 더 완성도 높은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기 비롯해 연주자 저변 확대에…클래식 팬 인식 향상 한 몫
말러 교향곡을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측정하는 일종의 ‘체력 테스트로’ 삼는 곳은 서울시향 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 안토니오 파파노 경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첫 합동 내한 공연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이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심)도 12월 7일 말러 교향곡 1번을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연은 일찍이 전석 매진돼 화제를 모았다. 이제 클래식 팬들이 말러 교향곡의 연주를 오케스트라별로 비교해서 듣는 현상까지 확대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예술의전당 재직 당시 임헌정 지휘자가 이끈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1999년부터 5년 간 진행했던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당시만 해도 말러에 대한 인식이 적어 말러 전곡 연주 프로젝트는 모두가 안 될 거라며 반대했다”며 “시간이 흘러 클래식 팬들의 저변이 늘어나면서 말러 애호층이 늘어난 데다 연주자 저변도 확대돼 이뤄진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특히 말러의 곡에는 관악기의 수준 높은 연주가 중요한데 국내 관악기 연주자들의 저변과 수준도 높아진 게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