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저도 경찰 될 수 있을까요”… 볼거리 가득했던 국제치안산업대전

205개의 기업 참여
개편 경찰 체력시험 체험
전신 체력 필요로 하는 코스
'특수 장비' 접근성은 개선점
음성인식 비상벨 등도 눈길

이달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기자가 경찰 순환식 체력 검정을 체험하는 모습. 채민석 기자

“손잡이가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힘 빼지 말고 쭉!”


지난 23일 오전 10시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는 때 아닌 기합소리로 가득했다. 전시장 한 구석에 설치된 장애물들 사이로 20대 여성이 쉴 틈 없이 뛰어다니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파이팅”, “힘내라” 등 응원의 구호도 터져 나왔다.


이날 이곳에서는 경찰청과 인천시가 공동 주최한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이 진행됐다. 국제치안산업대전은 치안 분야의 기술력을 적용한 국내 기업의 우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동아시아 유일의 치안산업대전이다.


이번 치안산업대전에는 205개의 기업이 참여해 193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이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개편된 경찰공무원 체력 시험을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였다. 경찰은 5개 종목별 체력검사 방식이었던 체력시험을 6종목 순환식 체력검사로 개편해 지난해부터 경찰간부후보생 선발 시험에 도입했다. 오는 2026년부터는 순경 공채에도 적용한다.


체험을 위해 번호표를 수령하고 대기를 한 뒤 경찰관의 안내를 따라 4.2㎏ 조끼를 입고 시험장 안으로 입장했다. 버튼을 누르자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장애물인 5단 계단과 0.6m 허들, 1.5m 매트를 넘는 코스를 6바퀴 순환했다.



이달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기자가 경찰 순환식 체력 검정을 체험하는 모습. 채민석 기자

첫 번째 코스를 마치고 나니 이미 시간은 2분 30초를 넘어가고 있었다. 체력시험 합격 기준인 4분 40초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1.5m의 장벽을 힘겹게 넘고 난 다음 0.9m 높이의 장대 허들을 넘은 뒤 엎드리고 뒤로 눕기를 3회 반복하는 구간을 마주쳤다. 해당 구간을 끝내자 호흡이 가빠져 와 다음 코스로 뛰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다음은 가장 난코스로 꼽히는 ‘당기기 밀기’였다. 당기기 밀기는 32㎏의 신체저항성 기구의 손잡이를 잡고 끝까지 밀고 당기며 반원을 그리며 각 3회 이동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손잡이가 떨어져 경고음이 울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후 72㎏ 모형인형을 10.7m 이동시키는 종목인 ‘구조하기’를 거친 뒤 마지막으로 지름 23㎝의 원형 구조물 안에 총구를 넣고 한 손 씩 방아쇠를 각 16회를 당기면 비로소 체력시험이 마무리된다.


종료 부저를 누르니 4분 6초의 기록이 전광판에 나타났다. 시험을 마무리하고 다시 대기 장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지만 가빠진 호흡은 안정되지 않았고 연신 땀이 쏟아졌다. 다리와 허리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날 체력시험 체험을 한 관람객들은 모두 “난도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체험을 진행한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 모(27·여) 씨는 가장 어려웠던 종목으로 1.5m 장벽 넘기를 꼽았다. 김 씨는 “장벽 넘기는 넘을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연습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며 “남성과 여성 채점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는데, 사람을 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만은 없지만, 연습을 열심히 해야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고위급 공무원은 순환식 체력검사 방식에 대해 “각종 직무 수행 중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 체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라며 “기초적인 체력 훈련을 성실히 진행한다면 어렵지 않게 체력 검정을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기자가 경찰 순환식 체력 검정을 체험하는 모습. 채민석 기자


다만 일각에서는 1.5m 장벽이나 신체저항성 기구 등은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 장비를 갖춘 학원에 등록하지 않는 이상 미리 준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신체저항성 기구의 경우 요령을 터득하지 않고 시험장에서 처음 마주한다면 제대로 구간을 통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리 연습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1.5m 장벽 또한 남성의 경우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한 쪽 다리를 먼저 장벽 위에 걸치는 등 방법을 터득해야 통과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경찰은 공공시설 등에 순환식 체력검정 코스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장비를 마련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현우 ㈜엘마인즈 대표가 선보인 ‘음성인식 비상벨’의 모습. 채민석 기자


한편, 이날 행사에는 '치안산업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현우 ㈜엘마인즈 대표가 선보인 ‘음성인식 비상벨’도 눈길을 끌었다. 음성인식 비상벨은 AI 기반으로 비명 등을 인식해 비상벨이 울림과 동시에 경찰에 신고가 이뤄지게 하는 장치다.


강승완 ㈜아이메디신 대표가 운영하는 부스에서는 뇌파를 측정해 뇌 질환이나 마약중독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전주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범죄피해자나 실종자의 위치를 신속히 확인하기 위해 개발한 3차원 위치추정 기술과 와이파이 기반 정밀탐색 기술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찰청은 지난해 역대 최초로 행사 기간 중 50억 원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는 60억 원 이상의 수출계약 체결을 진행했다. 경찰은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 20여 개국의 경찰 대표단과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1:1 수출상담회도 진행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국제치안산업대전이 세계 제일의 치안산업 분야 박람회로 성장하고, 치안산업이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라며 “치안산업 분야 기업들이 우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판로를 확보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달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어린이 참가자가 경찰 오토바이를 탑승하고 있는 모습.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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