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70세 근무 비결 '계속고용'에 있다

[눈앞에 닥친 ‘고용절벽’]
日, 일괄연장 대신 기업에 선택권
재고용이 70%…사실상 완전고용
"내년 초고령 韓, 日 모델 주목을"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 5070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고령층이 ‘고용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연금 수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을 60세로 정할 때처럼 다시 일률적 법적 정년을 늘리자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고령층의 저임금 일자리 확대와 청년의 취업 기회 박탈, 임금 불평등으로 요약되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이 파고를 겪은 일본이 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계속고용’을 통해 사실상 고령층 완전고용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박수경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발표한 ‘일본의 고령자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21명 이상의 기업 23만 7006곳 중 99.9%가 65세까지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했다. 특히 이 가운데 계속고용제도(정년 후 재고용, 근무연장제)를 도입한 기업은 69.2%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정년 연장이 26.9%, 정년제 폐지가 3.9%로 뒤를 이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법적 정년은 60세다. 하지만 근로자가 원할 경우 기업의 고용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65세 정년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충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고용 준비 기간인 ‘노력 의무’와 ‘법적 의무’를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1986년 60세 이상 정년 노력 의무화를 시작해 2년 뒤 법적 의무를 부여했다. 같은 방식으로 2020년부터는 70세 정년제를 도입했다.


특히 일본은 고령층 고용을 위해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풀지 못한 임금 체계의 연공성을 낮췄다. 기업의 임금 여력을 높여 추가 고용의 기회를 늘리는 ‘시장주의’를 따른 것이다. 퇴직 후 재고용으로 인한 근로자의 임금 손실분은 정부 지원금과 취업 인프라로 보전했다.


지난달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674만 9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앞으로 11년 동안 954만 명의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60세에 진입한다. 올해 논의 테이블에 앉은 노사정이 적합한 고령층 고용 모델 합의에 실패한다면 고령층 고용시장의 충격은 걷잡을 수 없는 셈이다. 전진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선진국 중 민간 종사자에 대한 정년 규정을 두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일본은 임금체계 개편 등 정년 연장과 관련한 문제를 노사 간 충분한 협의로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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