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등 과거 5차례 최다 득표자 낙선

[논란 많은 美 간접선거 방식]
한표라도 많으면 선거인단 독식
양측 '절반' 동률땐 하원서 선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국 득표율에서 2%포인트 앞서고도 선거인단을 227명밖에 확보하지 못해 트럼프(304명)에게 패했다.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최다 득표를 한 사람이 승리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대통령제를 선택한 나라 중 유일하게 선거인단 제도라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각 주에서 총 538명의 대의원(선거인단)을 뽑으며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은 연방 상원의원(각 주당 2명씩 100명)과 하원의원(인구 비례에 따른 435명)을 합한 수에 워싱턴DC의 3명을 합친 숫자다. 선거인단 수는 10년마다 시행되는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라 인구가 늘어난 곳은 늘고 준 곳은 감소한다. 각 주에서 단 한 표라도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이다 보니 전국 득표율에서 앞서도 선거인단 대결에서 지면 낙선한다. 미국 대선 역사에서 이 같은 사례는 총 다섯 번 있었고 가장 최근 선거가 힐러리 전 장관이 패한 2016년이다. 대선 후보들이 7개 경합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에 집중하는 이유다. ‘보수의 심장’ 텍사스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되는 트럼프는 텍사스에서 많은 표를 확보해 전국 득표율을 올려도 텍사스에 배정된 40명의 선거인단만 확보하게 된다. 반면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에서 단 한 표 차이로 져도 선거인단 19명을 모두 빼앗기게 된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경합주에 화력을 모으는 이유다.


민주주의 원리의 핵심 중 하나는 다수결인데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는 그런 측면에서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국민 다수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지, 선거인단으로 대결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퓨리서치가 올 8월 26일~9월 2일 972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인단 제도는 미 헌법에 명시돼 있어 바꾸기가 쉽지 않고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포착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만약 538명의 선거인단이 해리스와 트럼프로 각각 269명씩 절반으로 갈리면 어떻게 될까.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하원이, 부통령은 상원이 선출한다. 하원 대통령 선거의 경우 주별로 한 표씩만 행사하게 되며 26표 이상을 얻으면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미 역사에서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 것은 1825년 딱 한 번(존 퀸시 애덤스 6대 대통령)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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