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뒤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가 실제 경기와 반대로 가고 있다. 올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3분기에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선행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실물과 금융시장, 수출과 내수 사이의 괴리가 심해져 선행지수 구성 요소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선행지수 순행변동치는 지난해 4월 98.6을 찍은 뒤 지금까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100.1) 이후로는 계속 100을 웃돌고 있다. 8월의 경우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100.6이지만 2022년 6월(10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선행지수는 △장단기 금리 차 △코스피지수 △경제심리지수 △기계류 내수출하지수 △건설 수주액 △수출입 물가 비율 △재고순환지표 등의 7개 지표를 토대로 산출한다. 순환변동치가 100을 웃돌면 3~6개월 뒤 경기가 개선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보험연구원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개월 이상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대부분 경기 상승을 예고했거나 경기 상승세와 동행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과거 선행지수 추이를 기초로 판단할 때 최근의 경기 부진은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다.
시장에서는 금융지표의 설명력이 떨어진 데 1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월 대비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실물경제와는 별도로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시가 상승하면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오름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있다.
장단기 금리 차에 대한 신뢰도 역시 예년 같지 못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보다 유동성 같은 실물경기 외의 요인이 금리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도 “경기선행지수의 설명력에 대한 갑론을박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금융지표의 영향력이 경기선행지수를 왜곡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수출·내수 간 단절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선행지수 구성 항목 중 수출입 물가 비율은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고 재고순환지표도 2월(-2.9%포인트)과 7월(-2.3%포인트)을 빼면 모두 전월 대비 늘어난 모습이다. 이들은 대체로 내수보다는 기업 경기나 수출과 관련이 깊다. 보험연구원은 “국제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수요 확대가 국내 투자보다는 수출 대상국 현지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이후 통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수출과 국내 투자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선행지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도 따로 놀고 있다. 실제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2월(100.1)을 제외하면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100을 밑돌고 있다. 올 8월에는 98.2까지 떨어지며 2021년 2월(98.2)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8일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간 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선행지수 구성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선행지수 개편은 2019년 9월이 마지막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경기종합지수와 관련해 지적이 나온 만큼 각 구성 요소에 대해 더 깊숙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