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 규모가 15% 확대됐지만 국내 시장은 33%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진단키트·시약 등에서 국내 기업의 성과가 두드러졌으나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진단 주권’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체외진단의료기기 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지난해 1조 2538억 원으로 전년 1조 8837억 원 대비 33.4% 급감했다.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같은 기간 683억 달러(약 95조 원)에서 787억 달러(약 109조 원)로 15.2% 확대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비약적으로 커져 2022년까지 연평균 32.5%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체외진단기기 대부분의 분야에서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관련 진단키트·시약 등의 분야에서는 국산화를 실현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기술 분야에서는 외산 사용이 우세한 상황이다. 진흥원은 특히 진단장비의 경우 수입 의존이 매우 크고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임상화학, 분자진단, 혈액검사 분야에서 자체 장비를 보유한 국산 기업은 전무하거나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분자진단기기(52.0%), 체외진단소프트웨어(27.6%) 분야는 비교적 높은 국산화율을 기록했으나 이를 제외한 모든 품목군에서 수입 의존도가 50%를 넘었다. 수혈의학검사기기(96.3%), 임상미생물검사기기(92.4%), 조직병리검사기기(95.2%), 임상화학검사기기(82.2%), 면역검사기기(88.1%), 검체전처리검사기기(66.3%) 분야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씨젠(096530)·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등 국내 진단기기 기업 매출이 1조 원을 기록한 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시장을 점유한 글로벌 기업 대비 후발주자인 한국·중국 업체들은 초기 사업 개시가 비교적 쉬운 분자진단 및 현장진단 분야를 중심으로 비슷한 품질에 20~30%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체외진단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중국 업체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에서 매출을 올린 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체외진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을 위해서는 제품이 자국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도 중요한 지표인 만큼 정부 주도 실증 사업 등이 많아지면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