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하는 공군총장·‘편지’하는 육군총장·‘토론’하는 해군총장…3군 총장 ‘소통’ 리더십[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軍 대화·설득하는 ‘리더십’은 시대적 요구
공군총장, 지휘동정 ‘쇼츠’ 인트라넷 올려
육군총장, 격없이 어깨동무·‘하이파이브’
해군총장, 현장서 직접 ‘브리핑’ 즉문즉답

메신저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의 지휘서신 10호. 사진 제공=공군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0월 3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거행된 제41대 취임식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공군기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특전 U보트’(Das Boot)는 1981년 제작된 독일의 전쟁 서사 영화다. 독일의 패전 기미가 감돌던 1941년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새내기 병사들을 태운 독일 잠수함 ‘U-96’이 출항하면서 시작한다.


잠수함의 폐쇄된 공간에서 오는 답답함과 우울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병사들을 괴롭힌다. 처음으로 군수 물자 운반선을 호위하는 영군 군함과의 교전에서 힘겹게 승리하며 기쁨을 만끽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쟁이라는 실체와 직면하는 젊은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만다.


이런 와중에 잠수함에 또 다시 명령이 떨어진다. 영국군의 본거지인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라는 것. 적지 한가운데로 향하는 자살 명령이나 다름없는 작전 수행에 나선 U-96. 역시 마음의 준비가 안된 새내기 병사들은 영국군의 엄청난 폭탄 투하에 혼미백산하고 U-96은 크게 파손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잠수함이 고장 나면서 심해 깊은 곳으로 가라 앉는다. 영화의 주인공인 함장은 급박해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잠수함 내 최고 지휘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말수는 적고 항상 차분한 모습이다. 부하 병사들에게 명령하거나 질책하기보다 권위를 내려놓고 대화하고 설득하는 소통을 주고 받는다.


특히 손수 공구를 들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잠수함 내부를 고치기도 한다. 영국군 초계기의 공습과 구축함의 폭뢰에서 오는 극도의 긴장감과 잠수함의 밀폐된 공간, 제한된 산소와 식량이 고갈되는 상황에서도 젊은 대원들과 함께 행동하는 솔선수범으로,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보여줘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상명하복하는 군 조직 특성상 지휘관의 권위는 절대적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억압적인 명령 보다 젊음 장병들이나 초급 간부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군을 이끌어갈 지휘관에겐 그 무엇보다 요구되는 조건이 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현장 토의를 갖고 훈련병들에게 ‘왜 군복을 입고 있는지, 우리의 적은 누구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책임이 막중한 만큼 국민과 소통하겠다”


지난해 10월 30일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진급신고를 마친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오후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상주하는 기자실을 방문해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모두 똑같은 이 같이 밝혔다. 권령권을 가진 군 서열 1위 합참의장을 빼고 사실상 3군의 1인자인 박안수(육사 46기) 육군참모총장, 양용모(해사 44기) 해군참모총장, 이영수(공사 38기) 공군참모총장은 1990년 같은 해 임관한 동기들이다. 군 (의전)서열 순으론 2위, 3위, 4위다.


오는 31일 취임 1년을 맞는 3군 총장이 취임하며 일성으로 밝힌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여전하다. 매번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젊은 장병들이나 초급 간부들과 직접 소통하는 살가운 리더십을 과시하며 역대급 총장 미담을 만들어 내 화제다.


이영수 공군총장은 가장 신세대 라이프 스타일의 지휘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젊은 장병들에게 익숙한 ‘메신저 대화’나 ‘짧은 동영상(쇼츠)’ 형식으로 지시·주문내용·지휘동정을 전달하고 있다. 최근 안보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공군을 책임지는 최고 지휘관으로서 지휘방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도로 장병 눈높이에 맞춰 소통·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한 ‘탈관행적’ 행보로 읽힌다.


이 총장은 최근 ‘지휘서신 10호’를 예하 부대에 하달했다. 최근 대민 마찰과 음주사고 등 군 기강 해이 행위 증가에 따라 경각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존과 다른 독특한 형식의 지휘서신이다. 장병과 메신저 대화로 ‘톡(Talk)’을 하는 식으로 제작됐다. 공군 인트라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참모총장 지휘서신 톡’을 보면 이 총장이 ‘최근 공군 내 군 기강 해이 행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라고 ‘선톡’을 보내면, 톡을 받은 장병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행위입니까?’라고 되묻는다. 이에 이 총장은 질문에 회답하며 지휘서신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총장의 카톡 지휘서신이 알려지면서 전체 공군 장병이 모두다 읽어볼 정도로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 화제를 모았다. 지휘서신을 최대한 많은 장병·군무원이 읽게 하기 위한 고민이 대박이 난 것이다.


보통 지휘서신은 내용이나 형식이 무겁기 마련인데, 가볍게 만들어 접근성을 높인 취지가 통한 셈이다. 공군 관계자는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읽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메신저 형식이 가독성을 높이고 더욱 재미를 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뿐이 아니다. 공군은 또 이 총장의 지휘동정을 ‘쇼츠’로 만들어 인트라넷에 올리기도 한다. 쇼츠에 익숙한 젊은 병사와 초급 간부들도 수뇌부의 활동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해군교육사령부 종합교육관에서 ‘함께 해(海) 토론회’를 갖고 해군 정책추진 및 조직문화 혁신 방향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역대 육군총장 가운데 가장 격식 없는 지휘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안수 육군총장은 취임 이후 현장에서 젊은 병사들과의 소통 즐기기를 가장 중시해 회자되고 있다.


합동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 소부대 전술훈련 등 크고 작은 훈련 현장을 직접 찾아 신세대 장병들과 허울 없이 어깨동무하고, 하이파이브, 엄지척 등 통해 사기를 진작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문부대 현장 지휘관들은 의전을 신경 쓰지 않는 박 총장의 격식 없는 행보에 매번 곤혹스러울 정도라고 한다.


특히 35만 명에 달하는 대군을 이끄는 육군 최고 지휘관으로 빽빽한 일정으로 24시간이 부족한 박 총장은 미담 사례에 대한 보고가 올라오면 해당 장병에게는 ‘직접 편지’를 써 반드시 격려하고 휴가까지 챙기는 모습에 육군본부 비서진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본의 아닌 경쟁도 벌인다는 후문이다.


젊은 장병들과 소통하려는 박 총장의 의지는 현장 방문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취임 직후 방문했던 육군훈련소를 올해 연초 설 명절에도 잇따라 방문하며 신세대 장병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역대 총장 가운데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예고 없이 설 명절을 맞이하는 훈련병들과 떡만둣국을 함께 먹기도 했다. 박 총장은 또 식사 자리에서 훈련병들의 새해 소망과 훈련 중 에피소드, 앞으로의 군 생활 각오를 듣고 덕담을 주고 받는 훈훈함을 연출해 장병들의 박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훈련병 부모님들과 영상통화까지 했다. 박 총장은 “귀한 아드님을 군에 보내 주셔서 감사드린다. 직접 와서 보니 늠름한 군인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며 “공공의 가치를 지키는 데 헌신·봉사하기 위해 군에 온 훈련병들을 정성껏 보살피고 더욱 나은 환경에서 복무하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밝히며 장병들의 부모님까지 챙기는 세심한 리더십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등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용모 해군총장은 ‘현장’과 함께 ‘온라인’ 무대까지 확대한 투트랙으로 격없이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토론하는 총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선 장병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온라인상에서 참모총장과 1대1로 소통할 수 있는 ‘참모총장과의 대화’ 채널을 취임 후 신설했다. 양 총장은 개인 고충부터 건의 사항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면 각종 자료를 검토해 직접 답변을 적고 소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양 총장은 일주일에 두세 차례 이상 직접 답변을 챙길 수 있게 해군본부 비서진에게 반드시 일정을 비워 놓으라고 지시까지 했다.


양 총장은 현장을 방문해 직접 브리핑하고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함께 해(海) 토론회’를 권역별로 진행하는 것도 이 연장선이다. 최근에는 해군교육사령부를 찾아 이슈가 되고 있는 군의 중추인 부사관 계층의 수급 위기와 처우 개선 문제와 관련해 직접 브리핑하는 정책 설명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소통 토론회을 벌여 각 군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토론회가 열린 해군교육사령부 종합교육관은 만석으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즉문즉답’ 형식으로 참석한 부사관들의 질문과 건의 사항이 잇따라도 양 총장은 차분하게 하나하나 답변하고 소통했다. 모르는 질문에 대해선 해군본부 주요 직위자들이 직접 답변하게 했다. 기대 이상의 진심된 답변에 참석한 부사관들에게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해군본부는 ‘참모총장과의 대화’, ‘함께 해(海) 토론회’에서 나온 대화와 건의 사항을 실제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게 검토 및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양 총장에게 모두 보고하고 지휘방침을 전달 받아 예하 부대에 전파하고 있다. 양 총장 역시 젊은 장병과 초급 간부들의 해군의 근간으로 이들의 사기 진작은 가장 중요하다며 주요 참모들에게 목표 달성을 독려하며 의지를 고취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3군 참모총장은 진급신고 후 기자실을 찾아와 출입기자단과도 자주 만나겠다는 약속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3군 참모총장 모두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단 한 명도 출입기자단과 공식 간담회를 갖지 않아 유독 언론과의 소통은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군 참모총장을 임명했던 현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장관 재직시 출입기자단과 일곱 차례나 만남의 자리를 가졌던 소통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해군총장이 출입기자단의 안보현장 방문 때 해군본부 참모진이 함께하는 만찬 자리를 준비했지만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도발로 취소된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