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두암 남성 환자가 최근 10년간 2배로 불어나는 등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관련 암의 남성 환자들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HPV 백신 접종을 현재 여성에게만 지원하고 있으나 남성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구인두암 환자는 2013년 611명에서 지난해 122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여성 환자(216명)의 5.7배에 달했다.
구인두암은 두경부암의 일종으로, 연구개와 목젖, 편도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뜻한다. 두경부암은 과거 흡연이 주 원인이었으나 흡연 인구가 줄면서 그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최근 구인두암과 설암 등 HPV 관련 두경부암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HPV가 흡연 외에 구인두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라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박 의원은 남성 설암, 잇몸암 환자가 지난해 각각 3915명, 699명으로 10년새 2배 안팎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HPV가 주로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암인 자궁경부암 환자는 2013년 2만7327명에서 2022년 2만4652명으로 9.8% 감소했다. 환자 감소 이유로는 HPV 백신 접종이 꼽힌다. 질병관리청은 HPV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12~17세 여성 청소년,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에 구인두암 등 주요 질환을 90% 이상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남성도 접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나라는 총 31개국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여성에게만 지원하는 나라는 6곳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OECD 국가 대부분이 시행하는 남녀 모두에 대한 백신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HPV로 인한 남성 환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HPV로 인한 남성 난임 확률 증가도 보고되고 있으므로 저출산 대응 차원에서라도 국가적 수준에서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